중국 증시 대폭락 이후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중국 주요 기업 실적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홍콩에 상장된 94개 중국 대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이들 기업 순이익은 전년 대비 8% 감소하는 등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상승세로 돌아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 실적이 실제 염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업종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 예를 들어 에너지 업종과 시멘트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기업 순이익이 각각 61%,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애초 예상치보다는 각각 17%포인트와 12%포인트 잘 나온 것이어서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회복 기미가 나타나면서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페트로차이나)나 건자재 기업 중국국영건축자재그룹공사 등이 실적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IT 업종은 간판급 기업인 텐센트를 중심으로 높은 이익증가율을 기록했다. 텐센트는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다. 하반기에도 게임 광고 음악 동영상 결제 등 전 사업부문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40% 이상의 고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개발 업종도 우려와 달리 전년 대비 약 3% 이익 개선을 보이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 주택시장은 가격, 거래대금, 거래면적 등 모든 지표에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을 우려해 규제 정책을 내놓는 등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전체 부동산 업종의 급격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산업재 기업들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업종은 시장 기대치 대비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 발주 건수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실제 이익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 공사 프로젝트가 민관 협력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 자체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연된 프로젝트도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이익 개선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난히 부진한 업종은 필수소비재다. 상반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했고, 하반기 성장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못하다. 중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증가율이 지지부진하고,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하반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이 정도 경제 규모에서 6% 중반 고성장을 유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기업만의 차별화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분석한다면 중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 본다.
[데이브 왕 트러스톤싱가포르 애널리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