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공모가 거품 논란과 침체된 바이오·제약 업계에 대한 우려로 관망 심리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3일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45.34 대 1을 기록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내놓은 331만주에 대한 청약증거금은 10조1987억9910만원으로 집계됐다. 공모가 총액은 2조2500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가 희망 범주 상단인 13만6000원으로 결정되면서, 당초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외 기관 850여 곳이 참여해 대부분 희망 가격 상단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일반 투자자 청약 실적은 그룹 내 다른 기업들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일모직은 2014년 상장 당시 194.9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삼성SDS의 경쟁률은 135.19 대 1이었다.
그동안 제기됐던 ‘공모가 거품 논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년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기업 내재 가치를 반영해 높은 공모가가 책정됐다. 삼성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 부문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브랜드 가치도 가격에 포함됐다.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도 한 몫 했다. 실제 올해 상장한 기업들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최순실 사태’ 같은 국내외 이슈로 시장에 관망 심리가 짙게 깔렸다.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 사태로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이 침체된 상황 또한 악재 작용했다. 유한양행과 녹십자 등 대형 제약업체도 임상 실험을 중단하면서 업계 4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상장 후 보호예수를 건 기관투자자 물량은 7%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차익 실현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다만 의약품 위탁생산(CMO) 등 주력 사업의 성장성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의약품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6개를 확보했다. CMO 부문은 2018년 제3공장을 완공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유안타증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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