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주택자 직장인 김경진(39•가명)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본 작가 기시미 이치로의 책 제목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는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만 10년째 하고 있는데 김씨가 세들어 사는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은 2년간 무려 2억5000만원 폭등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아무것도 안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김씨가 일을 벌이기로 했다. 기존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일대 신규분양아파트 청약을 노려보기로 한것. 하지만 문제는 빠듯한 주머니 사정이다. 대출을 끼지 않고서 주택 구입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런데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 부담때문에 정부가 주택대출 총량조절에 나서면서 정책성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생각이 많은 김 씨가 주택담보대출의 모든것에 관해 캐묻기위해 손아래 이웃주민인 기자를 찾아왔다. 김씨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대출 옥죈다고 난리던데 이제 주택담보대출 힘들어지는 거야?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 같은 정책금융상품 한도가 소진되면서 대출자격요건이 강화되고 금액도 축소된게 사실이예요. 원래 9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보금자리론은 3억원까지밖에 대출이 안 되고 디딤돌대출도 우대금리가 축소됩니다. 그나마 적격대출은 집값 기준 9억원, 대출금액 5억원까지는 가능해요. 근데 금리가 연 3% 훌쩍 넘으니 잘 상환능력을 잘 봐야겠죠. 그리고 실수요자들이 일반 주택구입할때 활용할 수 있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많아요. 다만 금리가 예년보다 많이 올랐어요. 한동안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 같네요.
- 그렇다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상품이 좋을 것 같은데. 적격대출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거지?
▶적격대출은 대출받는 전체 기간 동안 똑같은 금리가 유지되구요. 시중은행 고정금리 대출은 3년이나 5년이 지나면 6개월이나 5년 단위 변동금리로 바뀌어요. 변동금리 대출은 통상 6개월, 은행 상품에 따라 3개월, 1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구요. 정부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올초까지는 고정금리 상품 금리가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낮았는데. 요즘 일부 은행은 변동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낮아졌어요. 3일 현재 씨티은행의 고정금리 상품 최저금리가 연 2.67%인 반면 변동금리(6개월 단위 변동) 상품 최저금리는 2.26%예요.
- 시중은행 상품은 완전한 고정금리가 아닌데.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뒤 금리가 큰폭 올라버릴까 석정되는데.
▶중도상환수수료를 많이 부담해야하니까 상환수수료 부담이 사라지는 3년까지는 참으시구요. 이후에 인지세 7만5000원 내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돼요.
- 문제는 금액인데, 집값의 70%까지 대출된다고 해서 은행에 가봤더니 3400만원을 ‘방(房) 공제’한다던데 무슨 말이야. 난 내가 들어가서 살 건데.
▶집에 누가 세들었다고 가정하고 만에하나 대출을 못 갚으면 적어도 그 세입자는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서울 기준 3400만원을 빼는 건데요. MCI(모기지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일정액의 보증수수료를 내면 3400만원의 방 공제 차감을 피할 수 있어요. 서울보증보험이라는 회사에서 대출 미상환 위험을 떠안아주고 은행에 수수료 받는데요.
- 그럼 7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면 0.7 곱해서 4억9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거야?
▶꼭 그렇진 않구요. KB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파트 시세 조회하면 ‘일반 평균가’라고 있어요. 없으면 상위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를 합쳐 평균을 내면 그게 일반 평균가예요. 일반 평균가랑 실제 계약한 매매가중 낮은 금액 기준으로 LTV(담보인정비율)를 따집니다. 1층이면 하위 평균가로 하니까 더 낮아져요.
- 와이프가 40평대 가자는데 돈이 부족해서 집값 대비 70%이상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현대해상화재나 흥국생명 같은 보험사 상당수는 80%까지 대출을 해줘요. 보험사는 넉넉하게 해주는 대신에 금리가 일반 은행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고 보면 됩니다.
-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LTV 70% 초과 상품 없냐?
▶예년엔 많았는데 지금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네요. 외국계인 SC은행은 75%까지 해주고요. 다만 조건이 단독주택 등이 아니라 아파트여야 하고 신규구입 기준, 또 DTI가 45% 이내에 들어야 한대요.
- DTI(총부채상환비율)는 60%라던데. DTI는 어떻게 계산하지?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지난해 기준 원천징수영수증상 세전 소득금액으로 나누면 됩니다. 은행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상 대출계산기로 연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하면 됩니다.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연 원리금상환액에 다른 신용대출이 있다면 해당 신용대출 이자를 더해야 해요.
- 기간 좀 짧게 잡으면 DTI가 높아지겠네. 아무래도 빨리 갚으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잖아.
▶그건 맞아요. 부부 소득을 합치는 방법도 있구요. 은행에 가서 ‘부부합산 DTI’ 해달라고 하세요. 그럼 소득이 늘어나니까. 참고로 어렵지 않게 DTI 한도를 70%까지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대출 직후 거치 없이, 혹은 거치기간을 1년 이하로 잡고 원금을 갚아나가겠다고 하면 DTI가 60%에서 5%포인트 늘어난 65%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대출기간 동안 같은 금리가 지속되는 적격대출 기본형(완전고정금리)으로 하면 여기서 5%포인트 DTI가 더 올라가서 70%가 됩니다.
- 대출기간을 길게 잡으면 DTI가 줄어들기는 하는데. 근데 30년 짜리 담보대출이면 칠순때까지 갚아야하는데.
▶일단 원리금을 갚을 수 있게 상환기간 길게 잡고 이번에 승진해서 연봉 오르면 약정한 상환금액보다 추가로 미리 갚아버려도 됩니다. 20~30% 정도는 미리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 물리지 않는 은행 많아요. 3년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완전히 없어집니다.
그래도 대출금을 못 갚으면 주택연금으로 전환한뒤 미상환 대출금 갚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 은퇴하고 연금받고 있는데 집값 떨어지면 주택연금도 줄어드는건가?
▶그렇지는 않아요. 오래오래 살아 주택금융공사가 담보로 잡은 가액보다 받는 연금이 초과돼도 계속 받을 수 있어요. 반대의 경우, 담보잔존가치가 남을 경우 자식들에게 주택연금이 상속됩니다.
- 이렇게 좋은 건데 주변에 주택연금 가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데.
▶주택연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상속가치가 줄어들까봐 싫어하는 자녀들도 있어요. 그래도 이제는 장수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자녀들도 부모 노후생활비 부담 걱정하는것보다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는게 낫다는걸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
- 얼마전에 공인중개사 사무소가서 집 알아봤더니 가격이랑 동호수도 마음에 드는데 집주인이 자기 양도세 문제 있다고 한참 뒤에 팔겠다고 하던데.
▶아파트 집값이 많이 올랐기때문이예요. 집주인들이 구입하고 2년이 지나야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되거든요. 그래서 2년 지난 시점에 팔려고 하는거예요.
-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방법이 있죠. 공인중개사들은 ‘잔금일’이라고 표현하는 최종 매매날짜를 매도인이 원하는 날짜로 맞춰주시구요. 그 전에 형이 원하는 날짜에 전세로 들어가겠다고 하세요. 전세가에 해당하는 만큼의 중도금을 그 날짜까지 내면 되요.
- 지금 갖고 있는 전세금 중 상당 부분도 전세자금대출이라서 중도금 낼 여력이 없는데.
▶‘제3자 담보제공’ 형식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돼요. 매도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동의를 전제로 형이 대출을 받는 겁니다. 집주인이 매도 의사가 분명하다면 동의해줄 거에요.
- 계약금도 주고 해야 하는데 당장 갖고 있는 돈이 없어서.
▶직장 다니니까 신용대출 받으세요. 은행에 따라 연봉의 1.2배에서 많게는 1.8배까지 해주는 곳이 있어요. 나중에 입주하면서 주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