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때 과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가해자의 보험료만 할증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차사고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 과실이 거의 없는 운전자까지 ‘보험료 할증 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보험료 할증체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16일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과 손보업계 실무팀(TF)은 차사고 발생시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한뒤 가해자 보험료만 할증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자동차보험료 개선방안을 검토중이다. 현재는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사고에 연루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똑같이 보험료를 올려받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사고후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할인할증요율과 사고건수요율을 통해 다음해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다. 이때 보험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비율과 상관없이 사고건수에 따라 동일한 할증률을 적용해왔다. 예를들면 교차로에서 급하게 비보호좌회전을 하던 A운전자가 녹색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전하던 B운전자와 충돌했더라도 가해자 A의 과실비율은 100%가 아니다. 보험사가 인정하는 과실비율 기준에 따라 A와 B의 과실율은 각각 80%, 20%로 계산된다. A의 과실이 분명하지만 A와 B 모두 보험료가 최고 30%씩 인상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간 과실비율을 산정해 과실비율이 높은 쪽을 가해자, 낮은 쪽을 피해자로 분류해 할증 부담을 가해자만 지게된다. 과실이 큰 운전자에게는 높은 보험료 할증을 과실이 작은 경우는 낮은 할증률을 적용하는 안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과실비율에 따라 할증율을 차등화하는 과정에서 고객 민원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이분화해 가해자에게만 할증부담을 지우는것이 더 현실적이라는게 손보업계 판단이다. 자동차사고시 책임소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하는 제도는 현재 캐나다 등이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 등지에서는 보험료 할증뿐 아니라 사고에 따른 배상 책임도 가해자가 100%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가해자에게만 보험료 할증부담을 지울 경우, 사고비율을 놓고 생기는 소모적인 다툼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반면 자칫 사고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과실비율과 상관없이 일단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보험료가 올라가는 현상황에서는 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사고 회피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피해자일 경우에는 이같은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인사사고가 아닌 이상 운전자 본인 과실비율이 더 낮아 피해자로 분류될 것 같은 경미한 사고는 굳이 무리하게 피하려고 하지 않는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라마다 특수한 상황에따라 보험료 할증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국내 현실과 맞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보험료 할증 대안들을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파악하는 시뮬레이션 작업
지난 4월 금감원은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개혁 일환으로 연내에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다음달께 업계를 상대로 가해자에게 보험료 할증책임을 지우는 보험료 할증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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