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백산 ◆
사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에 백산은 오래전부터 필수 투자 종목이었다. 국민연금은 2014년 7월 사들인 백산 지분율 6%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한화자산운용(보유 지분율 4%)뿐만 아니라 외국계인 베어링자산운용(4.83%)도 주요 주주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인 신영자산운용은 2014년 말 지분율을 10% 넘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백산은 글로벌 3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아디다스·리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전문 합성피혁 제조업체다. 백산의 전체 매출 중 84%(3분기 기준)가 스포츠 신발 부문에서 나온다. 이 중 80%는 3개 브랜드 업체 납품에서 발생했다. 백산의 전 세계 신발 브랜드 합성피혁 시장점유율은 25%가량으로 대만 상팡에 이어 2위다.
지난해 12월 주당 3675원에 불과했던 백산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인 9530원을 기록했다. 수년간 4000~6000원을 맴돌던 주가가 최근 1년간 90% 급등하며 전고점을 뚫은 셈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에는 실적 개선이 있었다. 아디다스 인기 품목인 '네오' 시리즈 합성피혁을 신규로 납품하며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매출액이 2014년 1700억원에서 올해 1~3분기 147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매출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4년 112억원, 지난해 17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에는 3분기 만에 215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백산 실적에서 성장성만큼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합성피혁은 신발·의류 등 생활필수품군에 속해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고, 광우병 등으로 천연피혁 공급이 감소하면서 대체재로서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합성피혁을 양분하는 폴리우레탄과 폴리염화비닐(PVC) 중 PVC에 대한 유해성 논란으로 선진국들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폴리우레탄을 기초소재로 하는 백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주요 매출처와의 관계도 끈끈하다. 백산은 나이키와 1986년부터 30년째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의류·신발 등 노동력 집약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주요 이슈인 생산원가 절감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백산은 이미 2000년 5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중국, 2006년에는 베트남에서 각각 250여 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현지 투자를 진행해 해외 종속회사 4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백산은 스포츠용 신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이 우려됐으나 전자제품 케이스와 차량 내장재 비중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매출액 기준 1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부터 수익을 남기기 시작한 차량용 합성피혁 부문에서는 내년 신규 적용 차종 확대와 고급형 합성피혁 납품 계약이 예상된다"며 "올 하반기에는 현대차 메이저급 1개 차종을 포함한 총 2개 차종에 합성피혁을 추가 공급할 것으로 보인
최근 주가 급등에도 백산의 주가 수준은 크게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게 증권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1일 기준 백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1배로 경쟁업체인 덕성·대원화성(1.6~1.7배)에 비해 다소 높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