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자산의 가장 큰 이동 방향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이전이다.
22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1월 10~16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181억달러가 빠져나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2013년 6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을 불러일으켰던 때에 버금가는 양의 돈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이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지난주 글로벌 주식시장 순유입금은 275억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자금이 흘러들면서 지난 21일에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다우지수와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4개 지수가 모두 최고치를 기록하는 호황 장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지난주 신흥국 채권(66억달러)의 자금 이탈이 심했고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지난 1년 새 가장 많은 자금(34억달러)이 빠져나갔다. 트럼프 정권에서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선반영되면서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금리 인상)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집권기인 1980년대 초 16%에 육박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5년가량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1%대로 떨어졌던 것이 최근 다시 2.3%까지 올랐다. 미국의 30년 저금리 장세가 끝났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 같은 주식·채권시장의 로테이션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11월 중순까지 글로벌 채권시장 규모는 1664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난 상태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많은 투자를 해놓은 셈인데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려면 상당한 조정 기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 중 채권·주식·통화 등 자산 분류에 상관없이 이머징마켓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한 주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4억달러로 1년2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빅로테이션 장세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자산은 외환과 금 시장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달러화는 지난 18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쉼 없이 상승하면서 어느 나라 통화보다도 강한 '슈퍼달러'를 연출했다. 달러는 이미 유로화 대비 초강세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오랜 기간 강세를 이어왔을 정도다. 위안화도 12거래일 연속 평가절하돼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시대 도래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표적 실물자산인 금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현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값은 인플레이션보다는 슈퍼달러 효과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화폐개혁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시장은 통상 달러와 반대로 가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따른 금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금시장의 2대 큰손인 인도가 화폐개혁을 시작하면서 금 수요가 말라붙었다는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 변화의 가장 대표적 원인은 달러 강세"라며 "내년에도 이머징마켓 증시보다는 선진국 증시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시장은 인플레이션 대체
[한예경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