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오전 175만3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날 장중 4만44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크긴 하지만 그 기저엔 반도체가 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과 단종에 따른 손실 2조7000억원이 반영된 지난 3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8조6453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3.2%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추격자인 일본 도시바와 격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려놨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부품이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아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고 삼성전자는 이 부문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가장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7억4400만달러(약 4조38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 점유율 36.6%를 기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강력한 수요를 등에 업고 시장 리더의 지위를 유지했다"면서 "4분기에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가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는 200만원 부근까지 추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45배에 불과한 삼성전자 주가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종 평균 PBR가 2.02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다소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52주 신고가를 깬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도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D램 공급 부족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통적 비수기인 내년 상반기까지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PBR 역시 1.45배로 업종 평균(2.02배)에 비해 낮아 주가가 더 올라갈 여지가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PC와 모바일 완제품 1대당 D램 탑재량이 증가해 D램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됐다"며 "부족 강도는 2013~2014년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D램 업체들의 신규 증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공급 부족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