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후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이 몰렸던 강남 재건축 단지의 몸값이 일제히 내리막으로 돌아서며 이에 따른 불안감이 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모양새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투자 열기가 돌기 시작한 2014년과는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말이다.
2일 부동산114 주간동향에 따르면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은 재건축과 일반 모두 하락세다. 지난달 25일 기준 서초구 일반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하락세로 빠졌고, 이번주에는 강남구도 -0.02% 변동률을 기록했다. 비강남권은 하락세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지만 상승폭은 크게 줄었다.
오는 28일 관리처분총회를 열 예정인 개포주공 4단지의 경우 이달 초에 비해 현재 호가가 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한동안 평균 9억여 원에 최고 10억원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4단지 전용 42㎡형의 경우 8억6000만~8억7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서초구의 반포주공, 강동구의 둔촌·고덕주공을 비롯한 경기 과천주공 단지 역시 호가가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5000만원씩 떨어지는 중이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상반기에 1억원 이상 뛰었던 잠실주공 5단지 등은 가격이 원점으로 돌아온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이후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전망은 조금씩 다르다. 우선 단기적 조정기인 데다 거래 경향상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하락폭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이 아직 시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라 잠시 관망세에 접어들어 저가 매수 시점을 노리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반면 비관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과 11·24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주말부터는 금융권이 대출심사 때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잇따른 정부 규제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일본식 주택시장 붕괴'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DSR 적용이 부동산 시장에 가장 위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었지만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 42%나 된다"면서 "나머지는 가수요가 보유하고 있는데 가수요가 사라지면 시장은 급격히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행 60%를 적용하는 DTI와 달리 DSR는 금융사의 참고용 정책으로 상한선 커트라인을 두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금융권에 '창구 규제'에 나서는 것이 문제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불만이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최순실 사태로 인한 무기력증,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내외 시장 상황이 주택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금융권 '창구 규제'로 일본식 주택시장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년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
[김기정 기자 / 김인오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