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 목표치로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품 판매 비중을 대다수 시중은행이 다 채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상품을 늘려야 할 유인이 없는 은행권이 고정금리 대출상품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면 고정금리 상품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여 대출 수요자들의 걱정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품 비중이 지난 10월 말 현재 평균 4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올해 연도별 고정금리 상품 목표치는 물론 내년 연도별 목표치도 모두 충족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지난해 말 35%, 올해 말 40%, 내년 말 42.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상품을 선호한다. 시중금리에 따라 대출금리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는 변동금리 상품이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헤지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추세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상품은 대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역마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품이 된다. 반대로 변동금리는 대출자가 금리 상승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은행 부담은 줄어든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그동안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은행권이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꾸준히 늘리도록 주문했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1년간 은행은 고정금리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고정금리 상품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 지난 2분기에는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단일한 금리를 적용하는 대신 변동금리보다는 높은 대출금리를 물리는 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변동금리보다 더 낮추기도 했다. 지난 6월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평균은 4.08%, 변동금리는 4.34% 수준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 지침에 맞춰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이제 고정금리 상품 목표치를 넘어선 데다 시중금리 오름세도 뚜렷해지면서 억지로 고정금리 상품 판매를 늘려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금융채 금리가 오름세에 있는 데다 정부가 제시한 고정금리 상품 비중 목표치도 대부분 채워졌기 때문에 앞으로 은행권에서 고정금리형 '특판'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정금리 상품을 찾는 고객이라면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이 판매하는 고정금리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직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못 채운 은행으로는 한국씨티은행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31.4%로 올해 말 정부 목표치(40%)에도 한참 떨어진다. 그 때문에 씨티은행은 다른 은행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물리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월 씨티은행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96%로 은행권에서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