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매해 부당이득을 챙긴 45명을 적발해 1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4명은 구속기소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 세력과의 직접 접촉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고 ‘늑장 공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불법 공매도 세력의 존재여부는 혐의자들의 증거인멸로 수사의 한계에 부딪혔으며 실종된 한미약품 공시담당 임원의 수사는 1차 조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미약품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임원 황모(48)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2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의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인 25명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이들은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업체와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와 독일 제약업체와 계약한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정보’가 공시되기 전인 올해 9월 말에 이 정보를 미리 파악했다.
이후 이들은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고팔아 총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미 임원 황씨는 수출계약 체결과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달해 3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4억9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모(31)씨 등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직원 3명은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하고 직접 주식 매매를 해 72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고 4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보령제약 법무팀 김모(52) 이사는 황씨로부터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1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3억4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개인투자자와 한미 약품 직원 등 20여명이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많게는 1인당 5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0월 금융당국의 긴급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미약품 사무실과 관련 증권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200여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올해 7월부터 내부 직원 사이에서 독일 업체와의 계약 파기 가능성이 언급됐고 9월 28일부터 법무팀과 업무 담당자들이 동료와 지인에게 전화와 메신저 등을 이용해 악재 정보를 전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 직원과 기관 투자자 간 직접 미공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등의 불법 공매도 흔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브로커로부터 지난 9월29일 호재 정보를 미리 취득했다고 인정하고 주식거래 행태와 증거인멸 정황 등에 비춰 악재 정보도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2차 이상 정보수령자이므로 금융위원회에 통보하기로 했다. 또다른 증권매매중개사도 펀드매니저로부터 악재정보를 취득해 거래한 정황이 있으나 2차 이상 정보수령자로 밝혀져 마찬가지로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1차 정보제공자는 내부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혐의자를 추적하려 했으나 관련자들이 카카오톡 등 대화내용을 삭제하고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해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의 수사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약품이 악재 정보를 장 개시 후인 오전 9시 29분 공시한 것에 대해 고의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회장이 개장 전에 공시를 지시한 사실과 오너 일가와 공시담당 임직원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주식 매도 내역·정보수수 정황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불법 공매도 세력의 실체나 뚜렷한 혐의는 규명이 덜 된 채 수사가 종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9월 29일 호재 공시 직후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매도세가 집중돼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친 점, 다음날인 악재 공시 전 매도 수량이 많이 늘어났다가 장 개시 직후부터 매도 수량이 하락하는 점 등을 근거로 미공개 정보가 사전유출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불법 공매도 세력과의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 등에 대한 수사만으로 ‘늑장 공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 의혹과 미공개 내부 정보 사전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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