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커진 중금리 대출시장 / 시장 부작용·대책은 ◆
금융사들이 앞다퉈 경쟁적으로 중금리 상품 실적 확대에 나선 가운데 중금리 대출 부실이 진행되면 중금리 대출기관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금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패 여부는 1년 뒤 대출 만기 때부터 실제 연체율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만기 때 부실률·연체율이 대출 실행 전 평가보다 크게 높아진다면 중금리 대출시장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과거에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에 도전했다가 수익성이 맞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2005년 SC은행은 신용등급 5~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10~14% 금리의 셀렉트론을 출시했지만 부실률이 치솟으면서 2013년 판매를 중단했다. 5~7등급 고객 신용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연체·부실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현재 중금리 시장이 대규모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강희 IBK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금리대 고객으로 분류되는) 5등급은 중신용자보다는 저신용자에 가깝고, 6등급은 저신용자에 위치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나이스평가정보의 신용등급별 고객 분포 자료에 따르면 신용 5등급 고객은 전체 고객의 60~80%대에, 6등급은 80~89%에 분포해 있었다. 결국 신용 상태를 볼 때 사실상 중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중신용자 고객에게 무리하게 중금리 상품을 제공하면서 중금리 시장 규모가 커지고 활성화되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4~7등급 신용정보 수준과 저축은행·P2P업계의 신용평가 기술로는 사실상 중금리 상품 공급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출 부실 가능성을 낮추면서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중금리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4~7등급 고객 관련 정보들이 금융회사 간에 공유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7월부터 고객의 대부업 이용 정보를 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대출취급액·연체금액 등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만 이는 지난 1월 이후 신규 대출 정보에만 한정돼 있다. 여전히 기존 대출이 얼마나 있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
P2P 업권도 비슷한 처지다.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 정보를 집계하는 한국신용정보원 수집 대상에서 P2P 금융업체는 제외돼 있다. 다른 금융업권과 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P2P금융협회에 가입한 29개 업체는 P2P 업권 내 중복 대출 방지를 위해 나이스평가정보와 KCB 등 개인신용조회(CB)회사를 통해 대출 내역을 공유하고 있다. 타 금융권에도 이들 협회 가입 업체에서 발생한 연체·부실 정보만 CB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평균금리를 공시한 전체 39개 저축은행 중 26개(67%) 저축은행의 대출 평균금리가 20%를 넘어섰다. 또 8개 저축은행에서 최고금리 구간대인 27~27.9% 고객 비중이 70%를 초과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에서 70%가 넘는 고객들이 최고금리 구간대에 있는 만큼 신용등급별 금리 차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정지성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