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커진 중금리 대출시장 ◆
이 같은 중금리 수준보다 다소 높은 15% 내외의 금리를 적용하는 카드론까지 합치면 광의로 본 중금리 시장 규모가 연 17조원 수준으로 커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 중금리 시장 실제 규모가 이 같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개연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사실 중금리 대출시장은 대출자산이 부실화할 수 있는 리스크가 높은 데 비해 이 같은 대출위험을 보전할 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기존 은행권들이 중금리 대출을 기피하면서 오랫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처럼 관심권 밖에 있던 중금리 대출시장 규모가 확 커지는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대출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 7월 5일 첫선을 보인 사잇돌대출은 거치기간 없이 5년 내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는 대출상품으로 1인당 2000만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한 정책상품이다.
은행권에선 연 6∼10%, 저축은행에선 연 15% 정도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사잇돌대출은 출시 6개월여 만에 누적 대출액 2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금리 대출상품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높은 은행권 문턱 때문에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신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캐피털,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2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대출' 출시를 계기로 중금리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신용자들은 이전의 절반 수준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사잇돌대출 보증한도가 소진되면 1조원을 추가로 공급(현재 한도 1조원)할 방침이다. 또 사잇돌대출 취급 금융회사를 확대하고 개인회생·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졸업자에게도 중금리 대출상품을 허용할 계획이다. 사잇돌대출 출시로 중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P2P(Peer to Peer·개인 간) 금융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에 뛰어든 점도 시장 확대에 일조했다. 중금리 대출상품이 시중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비교적 우량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의 누적 대출액은 11월 말 현재 6500억원 수준이다. 중금리 대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이다'의 경우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후 15일 현재 누적대출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사이다는 연 9.8% 금리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대출한도는 3000만원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이다 평균금리 9.8%는 카드론 평균금리인 14.9%보다 5%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P2P 대출도 중금리 시장 성장에 큰 몫을 하고 있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P2P업계 누적 대출취급액은 11월 말 기준 4000억원에 육박한다. P2P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8~12% 수준이다. P2P 대출은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대출과 투자를 연결한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대부업체 등에 비해 대출금리가 저렴하다. 또 기존 나이스신용평가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심사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권 대출이 쉽지 않았던 사람도 이용이 가능하다. 대출 신청 시 개인신용정보가 수집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4∼6등급 중신용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K뱅크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영업을 개시하는 카카오뱅크도 중금리 대출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G마켓, 옥션, 예스24 등 지주사들이 보유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거래내역, 소비패턴 분석, 행동분석 등을 통해 고객의 신용등급을 최대 100단계로 구분하는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구축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할 경우 현재 금융권 신용등급을 보다 세분화해 차별적인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인터넷은행, P2P금융 등 핀테크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금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용어 설
▷ 중금리대출 : 신용 4~7등급의 중신용자가 7~15%대의 금리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신용 대출 상품. 신용 4~7등급의 고객들이 20% 이상의 고금리 신용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에서 정책적으로 취급을 장려하는 상품이다.
[정지성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