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미분양이 급증하거나 거래가 위축되는 등 시장 침체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정부가 맞춤형 부양책을 추진한다.
최근 잇단 규제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규제 카드를 내놓은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부양책이 언급돼 냉온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29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주택시장이 위축됐거나 위축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하고 선정된 지역에 대해 건설·청약 관련 규제 완화 및 각종 지원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11·3 부동산 대책 당시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전국 37개 시·구를 조정지역으로 선정하고 규제를 강화한 것과 방향만 반대이 뿐 거의 같은 구조다.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지역의 선정 기준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청약 조정지역 지정 당시 사용된 집값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보급률 등이 준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청약 조정지역 지정·해제 역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법 개정 없이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끔 주택법을 손질할 계획이다.
선별적 부양책과 동시에 내년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미분양, 역전세난 등 수급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매입·전세임대 규모를 당초 4만가구에서 5만가구로 늘렸다. 미분양이 급증할 경우 환매조건부 미분양매입제도, 매입임대리츠 등을 통해 이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서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환매조건부 미분양매입제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건설사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제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차례 도입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13년까지 5년간 총 1만9000여가구의 미분양주택을 매입했다. 매입임대리츠 역시 건설사, 투자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 구성된 리츠(부동산 투자회사)가 미분양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한 후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정부는 또 집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활성화에 나선다. HUG가 취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가입요건 중 전세금 상한선을 4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고 보증료율(0.15%) 역시 인하를 검토한다. 보증금 반환보험은 역전세난이 확산되는 시기에 보증금을 완벽히 지킬 수 있는 대안이지만 까다로운 가입요건과 높은 보험료 때문에 외면받아왔다.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체결된 전세계약 155만5000여건의 보증금 반환보험 가입률은 3.5%에 불과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비한 정책이 상당수 반영됐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정부의 시장 인식이나 정책 방향성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경제정책방향의 전반적 취지가 리스크 대비이기 때문에 내년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성패를 떠나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시장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올해 3분기 가계신용 1296조원)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 등을 통해 내년 증가율을 한자리수로 관리할 방침이다.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 도입으로 주택 외 대출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고정금리 확대 등 부채 구조 개선노력도 지속한다.
정부는 또 조선·해운에 이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건설업에 대해 4월중 특별 정밀재무진단을 실시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취약업종·한계기업 구조조정은 분기별 점검을 통해 속도를 내고 취약기업 자산매각을 위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산매입 후 재임대 프로그램'규모를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해 대기업까지 지원한다.
신속한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회생절차 신청 전 사전계획안을 준비하는 '프리패키지 플랜' 제도를 활성화한다. 도산기업 관리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독립행정기구 도입도 검토한다.
대외부문은 관계기관
[정순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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