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2007년부터 10년간 취급한 3800억원 규모 육류담보대출에 발목이 잡혀 원금까지 떼일 위기에 처했다. 고스란히 동양생명 손실로 잡히면서 앞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동양생명과 함께 육류담보대출에 나섰던 HK저축은행, 전북은행 등 금융사 10여 곳이 총 5000억원대 대출에 물린 것으로 확인돼 금융업계가 희대의 사기대출 사건이란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동양생명에 대한 긴급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실 규모가 밝혀지면 이르면 연말 재무제표부터 대손충당금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동양생명을 비롯한 금융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관리 과정에서 담보물 창고 검사 중 부분적으로 담보물에 문제가 발견됐다"며 "육류담보대출로 회사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공시했다. 육류담보대출은 쇠고기 등 냉동 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받는 구조다. 동양생명은 3800억원 규모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면서 경위를 파악해봤더니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사실이 확인돼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한 담보물을 기초로 다수의 금융회사가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도 광주에 창고가 몰려 있어 27일부터 직원들을 급파해 실사 중"이라며 "대출 규모가 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금융회사가 얽힌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양생명의 대출 금액이 가장 크며, HK저축은행 300억원 등 10여 곳의 금융회사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 중에는 전북은행 한 곳의 100억원대 대출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보확인증이 제대로 된 것인지, 왜 대출금 연체와 부실 대출이 생겼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동양생명의 내부 통제 과정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을 비롯한 제2금융권 금융사들이 동산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대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산담보는 가치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감정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의 금융회사가 연루돼 있기 때문에 대출 회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수의 금융회사가 연루돼 있는 가운데 창고업자와 유통업자, 대출중개인 등 관계자들이 부실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호텔에 3300억원을 대출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의 자산을 다른 계열사 지원에 이용하는 것은 작년 동양생명을 인수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거액의 계열사 지원인 데다 호텔의 재무 상태도 좋지 않아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근 공시를 통해 계열사인 미국 뉴샌타모니카비치호텔에 2억7500만달러(약 3300억원)를 금전대여한다고 밝혔다. 자기자본의16.5%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224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보험사가 단일 호텔에 이 같은 거액을 대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이 호텔은 안방보험이 올해 3월 인수한 스트래티지호텔&리조트 소속 호텔로 현재 로스샌타모니카비치호텔이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LA 샌타모니카 해변 인근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동양생명 측은 내년 1월 3일부터 5년간 4.7%(4.45%+1개월 리보) 이율로 대출할 예정이며 이 호텔의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담보대출이라 부실 우려가 적은 데다 4% 이율이면 높은 금리라 자산운용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액의 고객 자산이 계열사 지원에 이용된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부실해질 경우 동양생명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10억원으로 전년(36억원) 대비 7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이 호텔의 작년 말 기준 총 자산이 3642억원이었다. 재작년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으며,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167%에 달한다.또 이번 대출은 보험업법상 대주주의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에 육박한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기자본의 40%나 총자산의 2% 중 적은 금액 한도로 계열사에 신용공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김태성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