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병신년(丙申年)' 증권업계도 조용하지 않았다.
초대형 증권사와 소형 증권사로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고 이 과정에서 자본규모 기준 증권사 순위도 요동쳤다. 거래량이 확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주식담보대출 등 소위 '돈되는 사업'에 공을 들였다. 한미약품 공매도 사건 등 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이에 30일 매일경제는 시장전문가 등의 의견을 구해 올 한해 증권업계의 키워드를 'WAVE(파도)'로 꼽았다. 코스피가 6년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증권사의 가장 큰 업무였던 주식 중개업무는 크게 약화했다. 대신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업무를 크게 강화했다.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Add to Capital)' 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시장에서는 '범죄 투자행위(Vice Investment)'가 사라지지 않으며 또다시 시장 신뢰에 먹구름이 끼었다. 통합미래에셋대우증권,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본사를 증권가 중심지인 '여의도를 벗어나(Escape from Yeouido)' 사대문 안으로 옮겼다.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종합 자산관리(WM) 업무에 힘을 싣고 있다. 고객들을 붙잡고, 점포 운영 효율성도 높이기 위해서다. NH투자증권은 여의도, 광화문, 삼성동 3개 지역에 초대형 거점점포를 신설했다. 이 점포엔 세무 및 법률 전문가를 배치해 개별 지점에서 받을 수 없었던 전문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13일 서울에 3개의 대형통합점포를 열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중개업무는 거래대금에 따른 손익변화가 컸다"며 "WM을 기반으로 한 중개업무는 많진 않더라도 한번 수익원이 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 초대형 증권사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몸부림이 극대화되면서 자기자본 기준 순위는 요동쳤다. 2015년 말 4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3위로 올라섰다. 30일 에는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1위 증권사이자 국내 5위 금융사로 돛을 올렸다. 지난 6월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던 삼성증권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3위로 다시 올라섰다. 내년에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려는 증권사 움직임의 지속될 전망이다.
'한미약품 공매도' 사건은 올 한해 증권가의 가장 씁쓸한 사건이었다. 증권사들까지 줄줄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면서 지난 10월 검찰은 증권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여의도 증권가를 흔
2016년은 여의도 터줏대감이던 증권사들이 본사를 옮긴 해이기도 하다. 32년간 여의도를 지켰던 대신증권은 본사를 서울 명동으로 옮겼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26일부터 명동 신사옥으로 출근 중이다. 대우증권도 미래에셋에 합병되면서 최근 서울 을지로 센터원으로 이동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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