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된 실물증권 대신 전자증권을 사용하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종이로된 실물증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으로 등록한 상장사 주식 비율은 지난 9월말 기준 99.33%대까지 확대됐다. 지난달 16일 전자증권 제도가 시행되기 전 비율인 99.2%(9월6일 기준) 보다 진전된 수치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장사 전체 주식의 0.67%에 달하는 물량이 아직 종이 형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비율로는 적어보이지만 물량으로는 약 7억주에 달한다. 실물증권을 소지하고 있는 투자자는 지난 3월 기준 4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증권제도는 말 그대로 종이증권 대신 전자증권 시스템에 상장된 주식·채권의 발행, 유통, 권리 행사 등에 관한 정보를 입력하고 필요한 실무를 처리하는 제도다. 지난 2016년 3월 전자증권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9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상장된 주식·채권 등 증권은 반드시 전자증권으로 전환돼야 한다. 비상장 증권은 발행회사가 전자증권 전환 신청을 한 경우에 한해 전자증권으로 전환된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의 실물증권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앞으로는 종이증권을 매매하거나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식 소유자라면 특별계좌에 기존 권리관계가 등록돼 있어 기존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전자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발행회사라면 전자등록기관에 기존 실물증권 등의 전자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 등 일괄전자등록전환 대상으로 지정된 증권은 발행회사의 신청이 없어도 제도 시행일부터 자동으로 전환된다.
실물증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법에서 정한 명의개서대행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에 방문해 본인 명의의 증권회사 계좌로 대신해야 한다. 기존 실물증권 발행회사별 명의개서대행회사는 한국예탁결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서 실물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증권을 소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덕분에 분실, 도난, 위·변조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증권 위·변조 시도는 총 11차례 156조원 규모에 달한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주주관리도 용이해졌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신규상장은 5 영업일, 무상증자는 8 영업일, 액면분할은 약 20 영업일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나 금융기관에서 사무 업무도 더 간편해진다. 증권증명서를 발급할 때 예탁원 창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만으로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증권사는 실물증권 입·출고 업무처리를 위한 업무 부담과 제반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0여개 증권사가 연간 약 9600건에 달하는 실물증권 입·출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예탁원 창구를 방문했다.
문제는 특별계좌에 등록된 실물 주권이 투자자 본인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로 돼 있는 경우다. 본인 명의라면 실물주권을 제출하면 되지만, 타인 명의라면 제도 시행 전에 실물주권, 매매계약서, 증여계약서, 법원판결문 등 적법한 권리 취득 사실을 증빙하는 자료를 서면으로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권리증빙 서류를 원천적으로 제출할 수 없는 권리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 제도 시행일로부터 1년 동안은 1000만원 이하 권리자에 한해 매매대금 이체 내역서를 제출하거나, 확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본인 명의 증권
1983년 덴마크에서 처음 시행한 전자증권제도는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제도 시행 이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독일,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33개국이 전자증권 제도를 도입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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