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공룡 금융플랫폼 전쟁 ◆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설립한다. 네이버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여기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에 '네이버통장'을 첫 상품으로 선보인 뒤 하반기에는 주식·보험·예금·적금 서비스 등을 연달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을 통장은 네이버가 자체 발급하는 게 아닌 제휴사의 통장과 연계하는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대우 CMS통장과 연계해 체크카드, 후불결제 등 서비스를 제휴하는 개념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는 없다"면서 "제3인터넷은행 사업 진출 등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제휴사와 함께하는 상품에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제휴할 금융사는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네이버는 간편결제 '네이버페이'와 연계한 통장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네이버는 신한은행·삼성증권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통장 계좌를 개설해 제휴를 맺어 상품을 내놓았다.
네이버파이낸셜 신임 대표를 맡은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기본적으로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라면서 "네이버 검색·페이·부동산 등 (금융) 관여도가 높은 트래픽으로 이용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신용카드와 예·적금 서비스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년 중이라는 시점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삼성SDS 출신인 최 대표는 2000년 네이버에 합류해 서비스기술 담당 이사, 비즈니스 총괄 등을 맡았다. 다양한 경험과 정보기술(IT)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의 장점이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네이버의 자신감은 네이버페이가 '고속 성장' 중이라는 점에 있다. 네이버페이의 올해 3분기 결제액은 벌써 4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쇼핑에서 회원 가입, 로그인, 배송 조회 등 이용자 편의를 늘려가면서 이미 지난 8월에 업계 최대 규모 수준인 월 결제자 수 100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네이버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정식 출시한 '테이블 주문'이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테이블 주문은 음식점을 찾은 소비자가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번에 진행하는 서비스다.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이뤄진다.
네이버는 카카오나 페이코 등 다른 간편결제 업체와 달리 '데이터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의 가장 큰 강점은 커머스 플랫폼 기반이라는 것"이라며 "결제자가 월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용자 구매 데이터와 판매자의 판매 데이터가 다양하게 축적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금융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수익'과 연결된다. 고객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금융사에서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카카오와 달리 은행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 규제 사업인 은행업보다는 확장성이 높은 금융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서다.
12월 중순 본격 시작되는 '오픈뱅킹'은 네이버파이낸셜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핀테크 업체는 오픈뱅킹으로 개별 금융사 제휴 없이 고객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손잡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용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