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용인 일대 아파트. |
6일 서울 관악구 건영1차 아파트 앞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낀 물건은 다 나가고, 이제는 월세 안고 있는 매물밖에 없다. 투자용 물건은 빠르게 소진됐다"고 전했다. 신대방역 근처 30년 넘은 이 아파트는 새해 첫날 5억7000만원 신고가에 손바뀜됐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한도 축소)도 그대로기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자자 수요가 겹쳐서 매수세가 붙는 것 같다"고 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16 대책이 강남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지만 강북·영등포 등 비강남권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상승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강남 지역과 수도권에서는 연일 9억원 이하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 시장인 데다 대출 규제도 종전과 똑같아서 타격을 받지 않은 분위기다. 3억~5억원 사이 비강남 지역으로 '상승 열기'가 옮아 실수요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지역'마저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마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호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서울 지역 상승세는 전체적으로 하락했지만 비강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매매변동률이 뛰고 있다.
12월 다섯째주(12월 30일 기준) 한국감정원 주택 매매변동률에 따르면 서울은 0.08%로 대책 발표 전(0.20%)에 비해 상승세가 확연히 줄었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비강남권과 경기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상승 폭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영등포는 대책 발표 후 2주가 지난 12월 마지막 주에는 상승률이 직전 주 0.13%에서 0.19%로 크게 뛰었다. 동대문구와 강북구도 상승세를 유지하거나 키웠다. 수원 영통은 0.67%에서 0.81%로 뛰었고, 용인 수지구(0.79%), 광명(0.47%), 구리(0.45%) 등 9억원대 이하 아파트가 많은 다른 지역도 전주보다 상승세를 키웠다. 이들 지역은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다.
강남 재건축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등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비강남권이 강남 아파트값을 따라가는 '갭 메우기'가 나타나고 있었는데 12·16 대책으로 풍선효과까지 겹치면서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