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약을 위해 지방에서 살다가 가족을 다 이끌고 이사를 왔는데, 이제 와서 실거주 1년을 더 채우라고 하다니요. 정부가 예고도 없이 정책을 자꾸 바꾸는데 어떻게 정부를 믿겠습니까."
지난해 과천으로 이사를 온 주부 박 모씨(49)는 최근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해당 지역 거주 최소 1년에서 2년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수도권 청약 1순위 거주 요건 강화에 박씨 같은 실수요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을 가진 청약자를 배제하기 위해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1년 전 수도권으로 이사를 한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예고 없는 규제에 무주택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개정된 규정은)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8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청약 1순위 의무 거주기간 관련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주택 청약 1순위를 부여받는 최소 거주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대상지는 서울과 과천, 광명, 성남 분당, 광명, 하남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과천 지식정보화타운, 성남 위례, 하남 미사·감일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다. 개정안은 입법예고가 끝나고 규제 심사 등을 원활하게 거치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되고, 시행일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단지부터 적용받는다.
현재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는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준다. 서울은 분양 물량 전부를 서울 거주자에게 먼저 공급하고, 미달하면 기타 지역 거주자에게 돌린다. 해당 지역에 직접 전입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다. '로또 청약'을 노리고 서울, 과천 등으로 위장전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실거주 요건 강화를 내놓은 것이다.
최근 1년간 서울 등지에서 거주하며 청약을 준비한 사람들은 1순위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반발하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거주 요건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정부 정책의 신뢰를 잃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