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열린 영등포 쪽방촌 개발 계획 발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시] |
2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 일대 1만㎡를 정비해 쪽방 주민이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총 1190가구 주택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쪽방이란 면적이 6.6㎡ 이내로 매우 좁고 부엌이나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곳을 말한다. 1970년대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이 대거 몰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360여 명이 보증금 없이 월 평균 22만원 임차료를 내고 단열·위생 등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 형태로 추진됐으나, 토지 매입 비용 부담과 쪽방 주민 이주 대책 부족 등 이유로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에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각각의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영등포구청이 공동 사업시행자로 나섬으로써 대대적인 정비가 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민간 사업 부문을 제외하고 토지 매입 비용 2100억원을 포함해 약 3000억원의 사업비를 예상한다. LH와 SH가 같은 비율로 출자하고 영등포구청이 일부 참여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조감도. [사진 제공 = 서울시] |
김승범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30~40층 높이의 고밀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개발 사업 중에도 쪽방 주민이 구역 바깥으로 전전하지 않고 지구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이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사가 끝나면 돌봄시설과 함께 영구임대로 함께 이주시키는 방안이다. 영구임대 입주가 완료되면 리모델링 단지를 포함한 나머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한다. 주민 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에 지구 지정을 마치고 내년에는 지구 계획 및 보상을 진행해 2023년 입주하는 것이 목표다.
쪽방촌 정비가 이뤄지면 서울 주요 도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낙후된 곳이란 인식이 컸던 영등포구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 신안산선 개통과 맞물려 영등포구가 활력 넘치는 서남권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도심 노후지를 재생하고 주택 공급까지 확대할 수 있는 쪽방촌 정비사업을 영등포를 시작으로 전국 10개 쪽방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구청의 노력에도 성사되지 못했던 일인데, 국토부가 참여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영등포 쪽방촌뿐만 아니라 같은 모델로 (다른 쪽방촌에서도)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12·16 대책 발표 이후 여권에서도 규제뿐만 아니라 도심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토부와 서울시가 쪽방촌 정비사업에 힘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