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간담회를 열어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사회가 지난해 말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다음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 짓는 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감독 당국의 징계 건을 의식하지 않고 현 지배구조 체제하에서 해야 할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사회는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 거취 문제는 다음달 초 금융위가 최종 징계 결과를 통보하는 시점에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가 현 지배구조를 지지하면서 우리은행장 등을 선임하는 절차가 재개될 예정이다. 우선 7일 예정된 결산 실적 관련 정기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한 뒤에 다음주에 최종 후보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우리은행장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이날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본인의 연임 여부를 공식화하면서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징계가 정당했는지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뒤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금감원 결정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언급한 법률적 판단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있다. 이 조항에는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률 제35조는 '법률 24조를 위반해 내부통제 기준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별표에서 규정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지배구조법 24조를 위반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해석에 있다. 우리금융은 이 조항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CEO를 제재하는 것은 법률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이 아니라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비'가 이번 제재의 근거였다고 맞서고 있다. CEO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서 DLF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재의 근거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이 미비했다는 부분에 있다"며 "법률적인 판단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계획은 간담회에서 사외이사들 간 이견이 생기면서 논의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외이사는 아직 징계를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않은 시점에 추후 일을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결국 징계가 공식적으로 통보된 뒤에 차후 절차를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관심은 DLF 기관 제재의 키를 쥔 금융위로 쏠리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3일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재가하면서 DLF 제재는 금감원의 손을 떠난 상태다. 금융위도 금감원에 "금융위로 제재안이 넘어온 만큼 금감원은 더 이상 제재 관련 언급은 하지 말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위는 행정소송 또한 우리금융에 주어진 법률적인 권리인 만큼 우리금융의 결정은 우리금융 이사회와 주주의 몫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제재당사자의 CEO 연임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주주·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