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25일(15:5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주간사단을 확정지었다. 오랜만에 나온 조(兆) 단위 딜을 놓고 국내외 투자은행(IB)들의 피튀기는 경쟁이 펼쳐졌다. 주간사단 선정 결과를 놓고 시장에선 '이변'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회사 측 제안 요청을 받고도 떨어진 곳이 있는가 하면, 빅히트를 향한 구애 끝에 요청서를 받아 주간사 타이틀을 따낸 곳도 생겼다.
25일 IB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오전 기업공개(IPO) 주간사단을 확정지은 뒤 입찰에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에 통보했다. 대표 주간사로는 JP모건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뽑혔으며 미래에셋대우는 공동 주간사로 이름을 올렸다. 빅히트는 상장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IPO는 초기부터 각양각색의 소문들을 낳았다. 방시혁 대표가 상장 관련 업무를 직접 챙기지 않았던 터라, 이번 작업을 누가 진두지휘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시장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회자된 시나리오는 2대 주주인 넷마블이 관련 실무를 챙긴다는 맥락이었다. 빅히트 측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NH투자증권에 뿌렸는데 네 곳 모두 넷마블 상장 주간사단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넷마블 IPO 시 JP모건과 NH투자증권은 대표 주간사로, 나머지 두 곳은 공동 주간사로 참여했다. 방시혁 대표와 방시혁 넷마블 의장이 친척 사이인 점은 이런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당시 빅히트는 IB 네 곳에 제안을 요청하며 마감 기한을 2월 5일로 정했다.
시장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 뿐 아니라 넷마블, 방시혁의 패밀리오피스 역할을 하는 사모펀드(PEF) 등이 이번 상장 업무에 관여한다는 얘기들이 일찌감치 돌았다"며 "IB들이 유효한 컨택 포인트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됐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제안 요청을 받은 네 곳 중에서 누가 대표 주간사로, 누가 공동 주간사로 정해지느냐의 문제라 생각했다"며 "미래에셋대우가 합류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긴 건 미래에셋대우가 입찰 참여를 청하면서부터였다. 김상태 IB총괄 사장과 성주완 IPO본부장 뿐 아니라 최고위층까지 나서 빅히트 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자기자본 1위 증권사로서 놓칠 수 없는 딜이란 절실함 때문이었다. 미래에셋대우가 2월 둘째주 RFP를 받게 되면서, 빅히트는 국내외 IB들의 정성평가 일정을 소폭 늦췄다. 당초엔 2월 5일에 일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12일엔 국내 IB, 19일엔 외국계 IB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심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IB들은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최대 6조원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전년도 실적 감안 시 4조원 안팎의 몸값이 적정선으로 여겨졌으나, 빅히트 측 성장 청사진을 감안해 밸류에이션을 보다 높게 추산한 것이다.
빅히트가 전일 발표한 주간사단 명단은 '이변'이라 여기기에 충분했다. 예상 딜 사이즈를 감안했을 때 입찰에 뛰어든 외국계 두 곳이 모두 포함되도 손색이 없었지만, 빅히트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신 JP모건 한 곳만 택했다. 그리고 국내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내부에서조차 '제안요청서를 받은 것만으로 할만큼 했다'고 얘기 나올 정도로 기대가 낮았던 편"이라며 "뒤늦게 경합에 뛰어든 하우스가 주간사단 결과까지 바꾼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