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많은 사람이 외출을 자제했던 지난 주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차를 몰고 홀로 충남 부여에 있는 고향 집을 찾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비어 있어 몇 년 전 증축 공사를 하기도 했던 곳이다. 함 부회장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집 뒷산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 절을 올렸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방문하는 고향 집이지만 그는 특히 생각이 복잡할 때 고향 집을 많이 찾았다. 지난 주말은 주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은행들에 대한 징계가 최종 확정되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이기도 했다.
함 부회장은 약 1년 전에도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자 고향 집을 찾았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그는 연임을 논의하는 행장추천위원회가 열렸던 날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고향으로 내려갔다. 채용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로 금융당국이 그의 연임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던 터였다. 결국 그가 행장추천위에 불참하면서 그의 행장 연임도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함 부회장은 "조직과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1년여 만에 받게 된 징계로 함 부회장 마음이 다시 복잡해졌다. 함 부회장은 DLF 판매 당시 은행장으로, 지난 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았다. 퇴임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징계는 지난 1월 확정됐지만,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기관 제재까지 종료된 뒤 통지문이 전달되면 징계 효력이 발생한다.
함 부회장이 지난주 고향 집을 다시 찾은 것도 징계 이후 본인의 행보를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주변에서 나온다.
함 부회장과 함께 징계를 받게 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
그의 주변 사람들은 "함 부회장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서둘러서 행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처럼 조직·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