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銀 금리인하 ◆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감으로 부동산에 미칠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도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거시경제가 어려운 데다 대출 규제가 심해 부동산 부양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결국 앞으로 경기 불확실성을 더 크게 봤다는 뜻이기 때문에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사람들 불안심리가 있어 주택 가격 조정이 단기적으로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내려가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급격한 시장 위축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은 있다. 주택 소유자들이 당분간 매물을 내놓지 않고 낮아진 금리를 활용해 '버티기 장세'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서 효과가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 시장에 유입되는 수요자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부동산을 제외하면 별다른 투자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본과 유럽도 제로 금리 속에서도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제한적 상승론'을 견지했다.
전반적인 시장은 자극하지 않지만 일부 특정한 시장엔 효과가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풍선효과 지역 위주로 일시적 자금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출 제한을 받는 15억원 이상과 9억원 이상 서울·수도권 주택 외에 그 이하 주택에는 낮은 금리를 기반으로 한 투기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도 거시경제 상황과 따로 움직일 수 없다 보니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많았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풍선효과로 단기적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다면 상승세가 짧게 마감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되면 기준금리 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화한다면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주택시장에까지 침범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부동산으로 자금이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인호 위원도 "경기 위축이 계속되면 가격이 많이 오른 강남 4구 등 주택 가격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고 글로벌 경기 역시 예상보다 급락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면 금리 인하로 집값 조정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주택 매매 수요가 경기 위축 우려로 전세시장에 눌러앉을 가능성이 높은데 수급 불균형으로 전세 매물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 2월 전세수급지수는 평균 160.9로 지난해 같은 기간(87.6)에 비해 73.3포인트나 급상승했다.전세수급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뜻한다. 임대인들이 공시가격 상승·종부세율 상향 등으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전세금에 전가할 위험도 있다. 박합수 위원은 "전세시장은 실거주 성격이기 때문에 경기가 심하게 위축돼도 나중에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로선 임대차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요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송인호 위원도 "제로 금리로 인해 전세가 반전세 등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은 앞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