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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에 지난달 원유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10개 상품(인버스 제외) 등에 들어간 개인 순매수액은 1조421억원으로 전월(1120억원)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 원유선물(H) ETF'의 지난달 순매수액은 4214억원으로 전월(187억원)과 비교하면 22.53배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원유 분쟁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보이자 저점을 예상한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불이 붙은 셈이다.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인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ETN'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가 판매한 레버리지 ETN 상품의 월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지난 1월 278억원에서 2월 702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38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떨어지는 유가에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차입 규모가 큰 레버리지 유가 연계 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실제 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 간 괴리율이 장중 최대 90%에 치솟는 등 불안한 유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일 기준 ETN 상품의 괴리율은 ▲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87.46% ▲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63.86% ▲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58.23%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53.40%를 기록했다.
ETN은 지표가치에 연계돼 수익을 산출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WTI 선물가격 급락하며 관련 지표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반등을 기대한 투기 자금이 몰리며 시장가격은 지표가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대규모 손실위험 증대된 상황이다. 괴리율이 플러스면 ETN 가격이 지표가치보다 과대평가 돼 있다는 의미고 마이너스면 그 반대다. 과대평가된 상품일수록 급격한 가격 하락 가능성도 높아진다. 예를들어 지표가치보다 시장가격이 최대 80%(괴리율) 높게 형성된 종목의 경우 이미 81%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유가가 40% 상승한다고 해도 투자손실을 볼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서둘러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전일 레버리지 ETN에 대해 소비자경보 '위험'을 발동했다. 제도 도입 후 첫번째 사례다. 등급은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운영된다.
금감원은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 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또한 일부 ETN 상품의 가격 급등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커지면서 ETN 괴리율 안정화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오는 13일부터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ETN 상품은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전환된다.
한편, 간밤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향후 두 달간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전격 합의했으나 당초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실망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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