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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24)는 휴대전화에 은행 앱을 6개나 설치했지만 이 중 실제로 사용하는 앱은 한 개뿐이다. 송금이나 거래 내용을 확인할 때는 주로 핀테크 앱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시중은행은 앱만 3개를 설치했는데 왜 이렇게 필요한 앱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잘 쓰지 않는 앱은 다 지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서비스를 개발할 때마다 새로운 앱을 내놓는 통에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카드·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금융지주별로 파악해보니 앱 개수가 최대 37개에 달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체들이 통합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앱은 18개, 우리·신한(해외법인 앱 제외)은행은 13개에 달한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풀뱅킹 앱인 'KB스타뱅킹'과 간편뱅킹 앱인 '리브'를 중심으로 KB스타알림, KB스타뱅킹미니, KB스마트원통합인증 등 다양한 앱을 내놨다. 예·적금과 대출 신청 등 모든 은행 업무를 이용할 수 있는 '풀뱅킹' 앱이 이미 존재하지만 간편 송금, 포인트 적립 , 본인 인증, 환전 등 서비스별로 앱을 추가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11개)과 NH농협은행(5개)이 그 뒤를 이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지주 전체로 넓히면 앱 개수는 더욱 늘어난다. 금융지주 앱은 KB금융 37개, 신한금융 29개, 하나금융 22개, 우리금융 18개, 농협금융 14개꼴이다.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카드 앱이 6개, KB손해보험·KB증권 앱은 각각 4개에 달한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 앱이 6개, 신한금융투자 앱은 4개에 이른다. 하나금융에서는 하나은행 다음으로 하나금융투자 앱이 5개로 가장 많고,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카드 앱도 4개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여러 앱을 선보인 이유는 앱 하나에 모든 서비스를 담기엔 앱이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고객이 앱에서 단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통합 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앱 하나에 넣다 보니 용량이 커져 앱 실행이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합 앱은 기능이 추가되거나 복잡해지면 느려진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 앱을 찾아서 이용하도록 다양한 앱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앱을 중복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은 물론 인증 앱을 추가로 설치하고, 계좌 입출금 내용 알림을 받으려면 알림 앱을 또 내려 받아야 한다. 모바일 앱 하나를 이용하려면 2개 이상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무용지물인 앱도 많다는 지적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사이트인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앱 다운로드 수가 1000건 미만인 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무늬만 앱'인 것이다. 사용이 중지됐는데도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시중은행 앱은 2017년 6월 판매 중단된 상품에 가입하는 앱으로, 고객이 앱을 내려 받아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은행들도 앱 '통합'과 '분산'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통합 앱을 택한 신한은행은 2018년 2월 기존에 흩어져 있던 6개 앱을 합쳐 '쏠(SOL)' 앱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사용 빈도가 낮은 앱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앱을 여러 개 설치하는 불편을 없애고 금융거래를 쏠 앱 하나로 가능하게 했다"며 "기존에 은행이 편한 방법이었다면 고객을 위한 방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도 앱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모바일 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은 통합 앱 전략을 구사하며 한발 앞서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 개 앱에서 모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앱 하나로 간편결제·송금·투자·환전·간편보험·대출비교·청구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불필요한 금융사 앱이 많은 점을 노려 금융사 앱인 척하며 금융 소비자를 속일 수 있다"며 "소비자 불편을 줄
은행법학회 회장인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은 사업별로 집중이 필요할 때 전략적으로 별도 앱을 구축한다"면서도 "비슷한 앱이 여러 개면 금융소비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