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하락장이 연출됐던 3월 코스피는 2002.51로 시작해 지난달 23일 1482.46을 기록하며 저점을 찍었다. 3주 만에 지수가 26% 하락했다. 이후 3월 31일 코스피는 1754.64까지 반등하며 18.4% 회복했다. 4월 들어서는 완연한 회복세가 목격됐다. 지난 1일 1685.46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22일 1896.15까지 회복해 약 3주 만에 12.5% 상승했다.
숫자만 보면 회복 장세로 볼 수 있지만 국제 유가 배럴당 20달러가 무너진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 31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1900선을 뚫은 17일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수출 마이너스라는 지표로 확인된 이후 다시 1800대로 내려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4월 1~20일 국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3월까지만 해도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10% 증가했고, 하순(21~31일)이 돼서야 14.5%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0.7%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4월 들어선 수출 악화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수출 물량은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3월 중순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셧다운했음을 감안하면 통관 시차로 인해 최소 2분기까지 그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급격한 수출 단가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이전 조정과 비교해 강도는 약하지만 2차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유가가 폭락을 넘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미국 셰일 기업들을 시작으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 코로나19 공포가 완화되자마자 또 다른 신용위기나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유가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 있지만, 7월 이후에는 수요가 회복된다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면서 "문제는 그전에 미국 셰일기업들이 도산하고, 이로 인해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각국 정부가 공격적 재정 정책을 쓰며 천문학적 수준으로 유동성을 풀고 있는 과정이라 이 부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만 놓고 봤을 때는 유가로 인해 코스피가 떨어질 유인이 생겨도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조정이 와도 크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W자 커브 혹은 하단이 긴 U자형 회복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빠르게 1900선을 넘어 조정을 한 번 받을 시점에 유가 폭락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더 조정된다면 개인들의 저가 매수 유입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1800대에서 공방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17일 반짝 순매수로 전환했다가 다시 계속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이 언제쯤 돌아올지도 변곡점에 서 있는 코스피 향방에 중요한 변수다. 지난달 5일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