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15위 안에는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가 다수 자리했다. 개인은 여전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순매수 최선호주로 봤지만 그간 소외받고 있던 금융주에도 주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개인은 KB금융을 756억원, 신한지주를 696억원, 하나금융지주를 4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개인들이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인 금융주에 관심을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고 미국에서도 경제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도 꿈틀대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경기와 흐름을 같이하는 금융주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실제로 금융주는 지난 반등장에서도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반등장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KB금융은 19.39%, 신한지주는 20.94%, 하나금융지주는 24.8% 상승해 같은 기간 30% 가까이 반등했던 코스피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 금리가 사상 처음 0%대로 떨어지는 등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가 금융주의 발목을 잡았다. 은행업은 금리가 낮아질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해 기업 채무불이행 사태가 속출할 경우 은행들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은행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금융주들의 현재 2020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3배에 머물러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PBR는 0.2배 수준에 불과하다. 신한지주 역시 PBR 0.3배 수준을 보이고 있고 KB금융도 0.29배 정도의 낮은 PBR를 보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아무리 안 좋은 실적을 거둔다고 해도 이 정도 밸류에이션을 받으려면 크레디트 비용이 연간 1조원 정도 늘어나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까지 PBR 지지선이 0.4배 정도는 됐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100% 가까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보다 덜한 은행들의 실적도 금융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6570억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원화값 하락에 따른 외환차손에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신한지주 역시 932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였다. KB금융도 72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코로나19가 경제지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2분기 실적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진형 유안타증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금융주가 유망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년 이상을 투자한다고 봤을 때 이례적인 저평가 구간에 있는 금융주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