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급락으로 하루 새 4종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 시가총액은 1544억원이 증발했다. 증권을 보유한 절대다수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원유 ETN이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선물 ETN은 전 거래일 대비 59.95% 하락한 835원에 거래를 마쳤다. QV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도 전 거래일 대비 60% 떨어진 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 상품은 하한가로 개장해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일반 종목은 장중 위아래로 30%씩 움직일 수 있는 한편 레버리지 상장지수 상품은 상하한폭이 60%다. 거래 정지 상태였던 두 상품은 이날 유동성공급자(LP) 보유 수량이 충전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삼성증권은 1억주를, NH투자증권은 200만주를 추가 상장했다. 다만 각 증권사는 이 물량을 이날 시장에 풀지는 않았다. LP 물량을 푸는 것은 고평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데, 장중 하한가가 이어져 굳이 물량을 풀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전 거래일 대비 52.31% 떨어진 3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은 전 거래일 대비 20.63% 떨어진 1270원에 마감했다. 이들 상품은 거래정지기간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상품에 비해 짧아 묶였던 매도세가 비교적 약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폭락을 놓고 하락의 전주곡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직 이들 상품 괴리율이 낮게는 69%부터 높게는 448%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원유선물 가격을 반영한 지표가치보다 시가가 상품별로 약 2~5배 고평가됐다는 의미로, 시가가 지표가치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추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폭락에도 불구하고 상품별 괴리율이 30%를 훌쩍 웃돌면서 4종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은 오는 3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되며, 다음달 6일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자'가 우세했던 개인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을 통해 추정했을 때 그간 고평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어져 오던 무조건적인 매수 심리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급락세는 결국 개인투자자들 간 거래만으로 연출됐다. 개인투자자는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 4개를 통틀어 6억3166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고평가 정도가 극심했던 지난 22일에도 '사자'를 나타냈던 개인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을 두고 무조건적인 매수세가 꺾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유가가 급락하는 기간 거래가 정지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시 순매수가 들어올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원유 ETN뿐 아니라 환율 변동성에 투자해 '한 방'을 노리는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에도 지난달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환율 변동성에 투자하는 FX마진거래 규모가 세 배 이상 급증했다. FX마진거래는 통화가치 상승과 하락이 예측되는 두 개의 통화에 각각 롱숏 포지션을 취해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 FX마진거래는 개시증거금이 거래대금의 10% 수준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10배에 달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FX마진거래 대금이 총 213억5000만달러(약 26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00.1% 급증한 수치다. 앞서 2018~2019년 2년간 FX마진거래 대금은 월평균 54억86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 2월 98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껑충 뛴 데 이어 지난달 단숨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지난달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호주·캐나다 달러가 약세를 띠는 등 통화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FX마진거래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1%만 움직여도 마진콜이 오는 등 투자 위험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혜진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