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27일 2020년 1분기 매출 5조1984억원,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제품 소비가 급락하며 정제마진이 떨어진 데 이어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 손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1분기 에쓰오일 영업손실 규모는 역대 최대치다. 이전까지 2018년 4분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영업손실 3335억원을 기록한 게 최악의 성적이었다. 시장 기대치도 밑돌았다. 업계는 1분기 에쓰오일 적자 규모를 4000억원대 중·후반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그나마 석유화학 부문과 윤활기유 부문이 각각 665억원, 1162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분기에는 정유사들의 대규모 가동률 조정에다 정기보수 일정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정제마진은 낮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에쓰오일 1분기 실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자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 규모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4000억~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SK에너지는 1분기 약 1조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4000억원, 3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에쓰오일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진 만큼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나빴다"며 "최악에는 1분기 정유 4사 석유 부문 적자 폭이 3조원을 뛰어넘어 4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9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6일, GS칼텍스는 5월 둘째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0년 시작부터 정유 4사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정제마진(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가격)은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분쟁이 원인이었다면 올해 초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정제공장 증설로 인해 시장에 많은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3월께 정제마진이 배럴당 3달러까지 오르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곧바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소비가 급락해 정제마진은 이후 4월 넷째주까지 6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유사로서는 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산유국 간 경쟁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올해 1월 60달러 선에서 10달러대로 급락했다. 원유를 들여온 뒤 제품으로 팔기까지 두세 달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가가 급락하게 되면 정유사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 놓은 원유를 싸게 팔아야 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유가가 떨어져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도 1분기 재고평가 손실만 7210억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망도 녹록지 않다. 4월 한 달이 끝나가지만 정제마진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
[원호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