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장사의 사내이사 퇴직금 결정과정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내이사의 퇴직금이 보통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지급되는데 이를 주주가 통제할 현실적 수단이 없어서다.
1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 2~3월 열린 상장사들의 2019 사업년도 정기주주총회를 분석한 두번째 리뷰 보고서를 내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법 388조에 따르면 이사의 보수와 관련해 정관에 그 금액을 정하지 않았다면 주주총회의 결의로 그 금액을 정하도록 규정돼있고 판례는 이사의 퇴직금 역시 보수의 일종이므로 정관 혹은 주주총회 결의로 그 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장사들은 매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받고 있으나 퇴직금에 관해서는 발생시점 예측이 어려운 특성에 따라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을 제정하여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고 해당 규정에 의거해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일단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이 한 번 정해지면 이후에는 주주가 퇴직금에 대해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규정상 이사회에서 퇴직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란 것이 KCGS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일부 상장회사들은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특별한 사유가 있는 이사에게 퇴직금 이외에 퇴직위로금 혹은 특별공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 같은 규정은 주주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번 주주총회에서 퇴직위로금 조항을 신설하거나 변경한 KCGS 분석대상 기업 중 퇴직위로금의 규모를 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공시한 기업은 없었다"며 "퇴직위로금 한도를 설정했다 하더라도 주주는 실제 지급액이 근무 성과와 연동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퇴직위로금 액수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퇴직위로금이 과다하게 책정되더라도 주주가 이를 견제하기 어려우며 이는 배당가능금액을 줄이거나 회사의 투자활동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회사에 오히려 손해를 끼친 사내이사에게 이사회 결정에 따라 더 높은 퇴직금을 주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CGS에 따르면 퇴직금 지급률이 최대 8배에 달하는 상장사도 있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퇴직금 지급률이 최대 8배란 의미는 퇴직전 3개월 평균 월급의 8배 되는 금액이 연간 적립된다는 의미다. 이 금액에 임원 혹은 사내이사 재직연수를 곱하면 퇴직금이 나온다. KCGS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퇴직금 지급률 정보가 알려진 기업 990개사의 지급률 평균은 2.7인데 8배의 지급률을 정당화할 만한 논리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수원 KCGS 선임 연구원은 "퇴직공로금의 지급 결정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하거나 최소한 경영진과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스톡옵션은 장기적인 경영판단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에 기여한 이사에게 가치 상승분을 분배하는 미래지향적인 장기보상제도다. 하지만 행사가능 시점이 짧을 경우 이사가 장기적 이익보단 단기적 이익이나 주가상승
보고서는 "부여받은 수량 전부를 일시에 행사하지 못하도록 시점별로 일정 비율만 효력을 발생시키거나 조건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식매수선택권이 과도하게 부여될 경우, 주주권이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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