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이 상장사 21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장사 129곳(61.1%)은 CEO 승계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사는 CEO 승계 정책을 명문화하고 시스템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한다. 단순히 CEO 유고 시 다른 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CEO 후보군을 선정하고 관리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해마다 임원을 대상으로 검증을 거쳐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CEO 후보 7명은 '삼성 리더십 프로그램(SLP)' 최고경영자 양성 과정을 밟았다. CEO 선발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승진 경쟁을 유도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거래소가 상법 규정과 별개로 CEO 선임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지적 또한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법으로 규정하는 선임 절차가 분명히 있는데 CEO를 시스템으로 선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강제 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기업 망신 주기로 악용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상장사 또한 74곳으로 35.1%를 차지했다. 거래소는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를 대표해 의장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감독해야 하는데, 자신이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주요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 LG화학 네이버 등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면 빠른 의사 결정으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현대차 GS CJ 등과 같은 기업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보고서 항목에 이를 포함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라고 공시하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거래소는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도 공시하도록 규정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집중투표제를 운영하는 상장사는 10곳에 그쳤다.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KT&G 등과 같이 공기업 혹은 과거 공기업이었던 상장사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만약 임원 3명을 선임한다고 할 때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후보자 3명에게 각각 찬반권 100표를 갖고 있지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특정 후보에게 300표를 몰아주고 나머지 의결권은 포기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주주 간 파벌싸움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뿐이다.
미국은 1950년대, 일본은 1970년대에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는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시행한
[김규식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