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관리 회사에 대한 제제사항이 너무 많아 인수 후 7년 동안 단순 도급과 신탁사업밖에 못했습니다. 부도가 났던 회사라 금융권에서의 PF대출은 물론 보증도 전혀 받지못해, 할 수 있는 사업이 너무도 한정적이었습니다. 하다못해 법인 핸드폰 개통마저 불가능했어요."(공윤규 신일 대표이사)
1985년 전북 익산에서 출범, 주택 도급공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던 주식회사 신일은 2006년에는 시공능력 57위로 100위권 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의 중견건설사였다. 2006년 기준으로 469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고 한때 배우 최지우씨가 메인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도 2~3년 전부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 결국 대구에서 연이은 분양실패로 자금 흐름이 경색되며 2007년 6월 결국 최종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몇년간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주인을 찾지 못하던 신일은 2011년에야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GNS에 최종 인수됐다. 당시 인수가격은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올해 5월 말 기준 민간사업으로는 인천 산곡2-1 재개발, 인천 주안 광명아파트 재건축, 부천소사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전국 13개 현장을 맡고 있으며, 이 중 일부 현장은 분양도 100% 마쳤다.
서울 물량도 있다. 종로구 관수동 오피스텔 신축공사와 구로구 개봉 길훈 재건축 사업이다. 작년에는 인천에서만 한꺼번에 3군데를 공급하다보니 인천 지역 내 인지도도 높아졌다.
또 공공사업으로는 전북 익산 국가식품 클러스터 관리공사, 경기 고양 지영하수관로 정비공사 등 5개 현장의 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공윤규 신일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Q. 내년이면 신일의 선장으로 키를 잡은지 10년차다. 신일 대표 취임 전후로 가장 큰 변화 3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임직원들의 성향이 바뀌었다. 부도가 났던 신일을 인수하기 전에는 사업 실패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개인주의 성향이 짙었는데, 지금은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동료애 의식이 끈끈해진 것이 느껴진다. 기존 신일 직원이 30여명이었는데, 인수 후에도 현재까지 퇴사한 직원은 거의 없다. 현재 식구들은 총 120여명이다.
수주 목표의 다변화로 인한 이미지 변화도 컸다. 전에는 신탁방식의 도급 공사 시장만 두드렸다면 이제는 정비사업은 물론 공공공사, 민간도급공사 등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Q. 취임 후 부딪혔던 예상치 못했던 난관으로 기억에 남는 건이 있다면.
-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산곡, 이천 등)했음에도 보증서 발급이 되지 않아 사업 포기 직전까지 갔다. 부도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보증회사(주택도시보증공사, 건설공제조합 등)는 물론 금융사의 상품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저앉을 수 없다는 판단에 직원들과 백방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현금으로 걸어뒀던 하자보증금을 담보로 삼아 유동화시키는 방법으로 관련 금융 기관들을 설득하러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그 결과 보증서 발급과 대출 실행에 성공해 수주했던 사업을 완수했음은 물론 당시 해당 기관들의 우수사례로도 남기도 했다.
Q. 새로운 신일로 다시 시작한 2012년 이후에도 기존 신일의 주택 브랜드였던 '해피트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바꾸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행복한 나무'라는 뜻으로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워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나무는 심는다고 끝이 아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튼튼하게 자란다. '해피트리'(Happy Tree)는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 듯 내 집 짓듯이 공들여 설계하고 지어서 진정한 '쉼터'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브랜드다.
최근 공급한 물량에는 뿌리와 근본의 뜻이 담긴 '더 루츠'라는 펫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분양한 '부평신일해피트리 더 루츠'(1116세대 규모)는 당시 인천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인 78대 1을 기록해 '행복한 집의 근본'이 되겠다는 의지가 전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년 10월 당시 인천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인 78대 1을 기록한 `인천 부평 해피트리 더루츠` 공사 현장 모습.(2020년 5월 기준) [사진 = 신일] |
-시장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방향에 맞춰 다양한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형건설사와 수주 규모가 다른 틈새시장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소규모 재건축을 통한 거주환경 개선으로 조합원과 입주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수익창출이라는 목표도 이룰 수 있다고 보고있다.
Q. 신일은 꾸준히 전국에 해피트리를 심고(?) 있는데, 특히 지역주택조합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등의 사업이 눈에 띈다. 몇년 전부터는 대형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녹록치 않아보인다. 신일만의 경쟁력은 어떤 부분들이라고 보고 있는가.
-당연히 똘똘 뭉친 임직원들이다. 회사는 대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여기에 건설업은 회사의 모든 역량이 총 망라되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춘데다가 이를 해낼 수 있는 직원들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제가 할 일은 능력있는 직원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또 대기업들이 요새 자회사를 만들어서 이런 소규모 사업에 들어오고 있지만 가격대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신일은 도심재정비를 가장 잘한다. 돈은 적게 벌더라도 가장 잘하는 것을 기본 사업으로 잡고가겠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