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억달러(약 2400억원) 규모로 부코핀 은행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란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현금을 받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이달 1차 대금 2억달러를 현지 에스크로 계정에 입금했다. 에스크로 계정은 계약에 서명하는 등 일정 조건에 이를 때까지 결제 금액을 예치해두는 계정을 말한다. 현재 부코핀 은행 최대주주는 보소와 그룹(23.4%)으로, 시멘트와 자동차 생산·유통 등 사업군을 갖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와 중형 트럭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2대주주는 국민은행(22%)으로, 2018년 6월 말 1164억원을 들여 유증에 참여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2년 만에 다시 유증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최소 51%를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번에 새로 발행되는 주식 가격에 따라 지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도네시아 경제 전체가 흔들리면서 2018년 6월 말 주당 380루피아였던 부코핀 은행 주가 역시 이달 23일 189루피아(16원)로 2년 만에 반 토막 난 상태다. 신주 가격은 이보다 더 낮게 책정되는데, 얼마나 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민은행 측 최종 투자 금액도 달라질 예정이다. 부코핀 은행과 주요 거래 조건에 대해 합의하면 이후 국민은행 등 KB금융 내부 승인, 국내외 감독 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주 1주당 가격을 놓고 최종 협상 중"이라며 "가격을 낮춰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향후 부코핀 은행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이번 유증으로 부코핀 은행 지원에 나서는 만큼 금융 규제도 면제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그동안 외국 금융사가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할 때 '40%룰'(외국 금융사 지분 40% 제한)과 '1+1룰'(외국 금융사 M&A 때 부실 금융사도 추가로 인수하는 조건)을 적용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이 커지면서 이 같은 규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데다 최대주주인 보소와 그룹 역시 자동차 판매 급감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OJK가 국민은행에 'SOS'를 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지분 51%를 확보하면 부코핀 이외 금융사는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금융 규제를 받지 않는 외
1970년 설립된 부코핀 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현지에서 14위권 상업은행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45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 은행이 정상화하면 연간 순이익 500억원인 알짜 은행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이 은행 순이익은 200억원에 그쳤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