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뢰밭 된 사모펀드 ② ◆
젠투파트너스 상품을 판매한 또 다른 국내 금융사들도 연쇄 환매 연기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내 금융사들의 젠투파트너스 상품 판매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젠투파트너스 펀드 투자상품이 이달 26일 만기를 앞두고 있지만 24일까지 홍콩 젠투파트너스로부터의 자금 입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환매와 관련해 젠투파트너스 측 확답도 이날까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3개월 전 한 차례 상환이 연기된 바 있고 26일 정상적인 상환절차가 이뤄지기 위해선 24일 투자 원리금을 다시 돌려받았어야 했다. 이번에도 고객들에게 상환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만기일 직전인 25일에라도 환매 확답이 와서 하루이틀 연기되는 선에서 젠투파트너스 펀드 위기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젠투파트너스를 상대로 환매를 신청해 놓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환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이 판매한 젠투파트너스 펀드 규모는 2625억원으로 전해진다. 여기엔 일반투자자 판매분과 자체 자본 투자분이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2625억원 판매분이 26일 모두 만기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7월 초 만기가 돌아올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에는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젠투파트너스펀드 DLS신탁 490억원이 환매에 실패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젠투파트너스펀드 관련 총 판매분은 4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젠투파트너스 펀드를 재간접펀드, DLS 신탁 등 형태로 판매했다.
젠투파트너스가 투자한 상품은 달러 표시 한국채권(KP)물과 해외 금융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상품은 안전한 것으로 소문난 투자처인 만큼 투자자들의 충격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대표 펀드는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과 'KS코리아크레딧' 등 2개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 두 펀드에 투자한 자금 규모는 1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투파트너스 펀드가 지난 3월부터 조기 상환 실패에 들어간 것은 1차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채권시장 충격 때문이었다.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면서 채권값이 급락했고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했던 젠투파트너스의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에서 투자 채권 일부가 사실상 반대매매(마진콜)를 당하면서 투자수익률이 회복 불가능한 정도까지 떨어졌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에 투자한 국내 판매사들의 DLS는 조기 상환형이 하락장에서도 펀드 순자산가치(NAV)의 95% 수준에 자동환매해서 투자자에게 1.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NAV의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3월 말 코로나19 여파로 채권 가격은 30% 이상 급락했고 레버리지까지 썼던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의 NAV는 크게 흔들렸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3월 채권시장 위기로 젠투파트너스로부터 NAV가 제대로 산출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답이 왔다"며 "여기다 채권 매각을 통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조기 상환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 젠투파트너스의 키움증권 판매 상품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던 이유는 키움증권 판매분이 증권사 중에서 신한금융투자 다음으로 규모가 컸을 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판매사들의 만기 도래에 앞서 키움증권이 첫 타자였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젠투파트너스 상품은 26일이 만기이고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판매분은 다음달 6일 만기가 돌아온다.
해외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1조원 이상 팔리는 이례적인 현상의 배경엔 2010년 설립된 젠투파트너스 신기영 대표의 인맥과 탄탄한 트랙레코드가 있었다. 한 자산운용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