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부터 2000만원 이상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는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증권가의 득실 계산이 바빠지고 있다. 대체로 이중과세 문제로 국내주식의 투자매력이 낮아질 것이란 분위기이지만,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가 실제로 많지 않고 수수료가 높은 해외주식 투자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오후 1시 40분 현재 증권업지수는 전일 대비 0.19% 하락 중이다.
키움증권(-1.32%), 한화투자증권(-0.86%), 유진투자증권(-0.83%) 교보증권(-0.77%) 등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이날 1% 넘는 급등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주가가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셈이다.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이 발표된 전날에도 증권업지수는 3.94% 하락했다.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국내주식, 채권, 주식형 펀드, 장외파생상품의 양도차익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양도차익의 20%를, 3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순이익에만 과세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이후 발생하는 3년 동안의 이익에서 손실분을 차감할 수 있다.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2023년에 두 단계에 걸쳐 0.15%로 인하된다.
증권가에서는 양도소득 기본공제 금액이 2000만원으로 문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는 과세대상이 전체 개인 주식투자자 600만명 가운데 5%인 30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3년간의 이월 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실제로 양도세 과대 대상은 이보다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양도차익 2000만원 이하의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인하의 수혜를 보게 된다. 결국 큰손 개미들의 투자 감소분과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투자 증가분 중 어느 것이 더 크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내 주식 투자의 최대 장점인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투자매력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거래세 폐지가 아닌 인하를 택하면서 이중과세 문제가 불거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와중에 이중과세 문제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투자 매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가 아닌 유지라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점, 양도소득세 전면 부과 시기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 맞물려서 2023년부터 초래되는 이중과세 문제가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 유인을 축소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2023년까지 시간은 남아있지만 이중과세 문제는 주식시장의 또 다른 수시 노이즈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계획이 함께 발표되지 않은 점은 투자자들에게 이중 과세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라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나 지난해 발표했던 추진방향과 다르게 배당소득을 금융투자소득에 합산하지 않는 점 역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적절한 배분을 유도한다는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다. 예상과 달리 장기투자에 대한 추가 공제가 없다는 점 역시 기대와 달랐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 증권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 증권사들의 실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영향은 단기적 측면이며, 중장기적으로 거래대금 및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증시 거래대금은 국내외 경기 전망이나 시중 유동성 등으로 결정된다. 세제 등 주식거래 관련 제도 변화의 영향은 단기 미시적 요인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가 최근 해외주식 직구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해외 주식 투자 활성화에 따라 증권사들의 매매수수료 수익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위탁매매 수수료 마진(5bp)보다 해외주식 거래수수료율이 훨씬 높다는 점(40bp)에서 해외주식 활성화는 국내 증권사에게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올해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지난해 대비 174.1%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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