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낀 서울시내 아파트 / 마포구 일대. 2020. 8. 9. <한주형기자> |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에서 매매가 6억원 이하 아파트는 33만5828가구(26.9%)로 집계됐다. 이는 12·16 부동산대책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43만4312가구(35%)보다 10만가구 가까이 줄어들었고, 8.1%포인트 내려갔다. 3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8%,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24.1%였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1월 9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7월 기준 9억2787만원까지 뛰었다.
반면 정부의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각종 지원책 기준은 6억원에 갇혀 있다. 무주택 가구주가 서울과 같은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더 받으려면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정부는 7·10대책으로 수혜 계층을 기존보다 늘렸으나, 대상자의 소득기준만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에서 8000만원 이하로 확대했을 뿐 주택가격 기준은 그대로 유지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더 심하다. 전액 감면은 주택가격이 1억5000만원 이하, 50% 감면은 1억5000만~4억원(수도권 기준)일 때만 가능하다.
장기 저금리 정책대출로 2030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도 각각 시가 6억·5억원 이하 주택 구입때만 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은 당초 9억원 이하였던 기준이 2017년부터 6억원으로 낮춰졌다.
주택구입용 정책대출 중 그나마 대상 주택 기준이 매매가 9억원 이하인 적격대출은 한도부족 탓에 실제로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은행권에 따르면 14일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5대 은행과 SC제일·씨티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 중 정부의 적격대출을 판매 중인 곳은 우리·NH농협·씨티은행 3곳에 불과하다.
적격대출은 연 2~3%대 낮은 금리를 최장 10년, 최고 30년까지 고정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고정금리 대출이 대부분 '혼합형'으로 최초 5년만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정부의 주담대 상품 중 유일하게 소득기준이 없어 젊은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로부터 한도를 받아 판매하는데, 이 한도가 워낙 적은 탓에 많은 은행들이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대출신청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정받는 금액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작년을 마지막으로 올해는 아예 판매를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분기별로 한도를 신청하는데 1분기에 판매가 몰렸더니 2·3분기에는 아예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적격대출 한도는 실제 매년 감소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적격대출 공급 한도는 2018년 11조원에서 올해 9조원까지 낮아졌다. 당시 금융위는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적격대출 규모를 매년 1조원씩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집값이 단기적으로 급등한데 맞춰 각종 지원책과 규제 기준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3인가족이 선호하는 전용 59㎡ 아파트 가격이 강북 주요 단지에서도 15억원에 육박하며 입주시점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2~3년새 서울 아파트 값이 최고 배 이상 오른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나 젊은 실수요자를 위해서라도 달라진 상황에 맞게 기준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에 맞지 않는 대출 규제는 주택 시장을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부자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 유주택자(46.8%)와 무주택자(38.6%) 모두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 완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안명숙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