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부동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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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전세를 사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제한하는 임대차법을 시행했지만 기존 세입자만 이 같은 혜택을 보고, 신규 세입자는 오히려 더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고통받게 된 셈이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총 6051건 중 1100건(18.2%)이 최고가 경신 거래였다. 아실은 7월 21일부터 현장 공인중개사에게 최고가 경신 표시 권한을 줘서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 거래 대비 신(新)고가일 경우 최고가 경신거래로 계산되는데 만일 4월 전세가가 4억원에 거래됐고 7월 4억2000만원으로 2건이 거래됐다면 중개사 입장에선 2건 모두 이전 고가 대비 2000만원 오른 것이어서 최고가 경신거래로 등록된다. 유거상 아실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영향으로 신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최고가 거래가 늘어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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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시 관악구 은천동 벽산블루밍1차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앞으로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2100가구 대단지인 벽산블루밍1차는 지난 21일까지 한 달간 전세거래 31건 중에서 11건이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총 6051건 중 1100건이 최고가 경신 거래였다. [김재훈 기자] |
임대차법 영향은 7월과 8월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아실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총 1440건 중 최고가 경신 계약건수는 184건이다. 비율로 치면 12.8%다. 하지만 8월 1일부터 21일까지 최고가 경신 비율은 18.2%로 단기간에 5.4%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한 달(7월 21일~8월 21일)간 자치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최고가 경신 계약건수는 강서구가 1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07건), 성동구(95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강서구는 여의도와 광화문 도심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가격대가 낮아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이어서 전세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달간 강서구 염창동아1단지는 총 13건의 전세계약이 있었는데 이 중 8건이 최고가 경신 계약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용 60㎡ 전세는 임대차법 시행 이전엔 3억원 초반대였는데 최근 3억5000만원 안팎에 주로 거래됐다"며 "새로 나오는 전세 매물은 이전보다 높게 가격이 책정된다"고 전했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 한 달간 전세거래 총 414건 중에서 무려 107건(25.8%)이 신고가 경신이었다. 서울 평균(18.2%)보다 최고가 경신 비율이 더 높은 셈이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키우기 위한 학군 수요가 몰리며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 대치삼성1차는 지난 한 달간 전세계약 총 19건 중 6건이 신고가였다. 일례로 지난 4일 대치삼성1차 전용 97㎡ 전세는 16억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기록(15억원·2월)을 갈아치웠다.
아파트 기준으로는 약 2년 전 입주한 광진구 래미안파크스위트가 지난 한 달간 전세거래 28건 중 20건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영등포구 당산센트럴아이파크, 관악구 관악산휴먼시아2단지, 은평구 힐스테이트녹번, 관악구 벽산블루밍1차, 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등이 지난 한 달 새 최고가 경신계약이 10건 이상인 아파트 단지다.
반면 전세거래 계약엔 안 잡히지만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시세보다 훨씬 낮은 전세가 혜택을 보고 있다. 가령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전용 84㎡는 전세가가 4억원 후반대에 형성됐는데 일부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 전 전세가(3억원 후반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 전세 최고가 경신계약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40.2로 통계가 공개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심교언 건국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