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증권사의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작년 말보다 12조8555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285조886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18조~19조원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사모펀드 판매 잔고가 2018년 30조6301억원, 지난해 53조4562억원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증가량은 지난해의 30%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담당 관계자는 "라임 사건에 이어 옵티머스 사기 사건까지 터지면서 법인 고객들이 단기로 운용하던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너무나 어렵게 됐다"며 "은행과 보험이 사모펀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증권사에 되레 호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역성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월별 판매량을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3월 주식시장이 급락한 뒤 사모펀드 환매가 크게 늘었다. 4월과 5월 각각 2962억원, 2085억원으로 판매액보다 환매액이 더 많았다. 주식시장 상승 반전과 함께 6월 3조3923억원으로 판매량이 늘었지만 같은 달 옵티머스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7월과 8월은 2조원대에 그쳤다. 지난해 월간 4조~5조원대씩 판매 잔고가 증가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이미 판매 잔고의 역성장이 시작됐다. 은행은 2018년 4조원 이상 판매 잔고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9037억원이, 올해는 8월까지 3조2439억원이 줄었다. 보험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821억원, 4141억원이 늘었지만 올해는 103억원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은행과 보험에 이어 증권사까지 사모펀드 역성장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인과 법인 고객 모두 사모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고, 은행도 사모펀드 수탁비용을 크게는 10배 이상 올리면서 투자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1~2bp(1bp=0.01%포인트) 받던 수탁수수료를 10bp까지 올려 부르는 등 신규 사모펀드를 받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나선 만큼 빠르게 가이드라인을 주고 시장이 죽지 않도록 은행들도 다시 수탁사업을 재개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 모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장외파생상품 등 고난도 상품에 대해서는 다수의 은행에서 수탁을 일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모 전문사모운용사의 경우 최근 K은행에서 당분간 자사 상품에 대한 수탁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내부 통제 강화도 사모펀드 판매를 줄이고 있다. 불완전판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카드를 꺼내 드는 경우가 많아 사내 분위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펀드를 가지고 오면 판매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상품 구조뿐 아니라 운용사의 규모와 업력 등 다양한 부분을 좀 더 꼼꼼하게 살피다 보니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모펀드 판매 위축이 아닌 자본시장 선순환의 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금이 줄어들면 결국 뉴딜펀드와 같은 인프라사업, 건설시행사업, 벤처기업 투자금이 메마르고,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은 대출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출이 아닌 투자를 받고 향후 수익률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대출에 의존하는 이전 방식으로 돌아갈
[진영태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