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베어링PEA)가 로젠택배 매각 작업을 원점부터 다시 진행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PEF)가 투자자 확보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베어링PEA가 자본재조정, 실적 개선 등의 이슈로 로젠택배 매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 분석이 제기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로젠택배를 매각하기 위해 잠재 인수 후보군을 만나고 있다. 별도의 정해진 일정 없이 국내 PEF 위주로 다양하게 접촉 중이다. 현재까지 크레디언파트너스, JC파트너스 등과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위메프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는 입찰 단계에서 투자설명서(IM)만 받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베어링PEA는 지난 6월 말 로젠택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프로젝트펀드 조성에 실패해 거래를 종결하지 못했다. 출자 제안을 받은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은 향후 자금회수(엑시트)가 불확실한 점을 우려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2015년 이후 굵직한 국내 기관들은 한 번쯤 출자를 검토했던 딜"이라며 "최근엔 후순위를 받쳐주는 전략적투자자(SI) 없이도 프로젝트펀드가 잘 결성되지만, 로젠택배 같은 기업은 국내에서 사줄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어링PEA가 로젠택배 매각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6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막판에 무산됐다. 매각 측은 롯데, 신세계, CJ 등 유통 대기업과 국내외 PEF의 입찰 참여를 기대했지만 그들의 러브콜을 받진 못했다.
시장에서는 베어링PEA가 그럼에도 로젠택배 매각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매각 진행 중에 자본재조정(리캡)을 단행하며 자금회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베어링PEA는 19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다. 인수금융 잔액이 7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약 1100억원 가량의 차입을 추가로 일으킨 셈이다. 베어링PEA는 이번 자금으로 기존 인수금융을 모두 상환한 뒤 1100억원을 모두 출자환급(배당)했다. 로젠택배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426억원이었는데, 올해 추정치는 최소 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개선되는 실적세는 베어링PEA에게 심적인 여유도 안겨줬다. 지분 통매각에 앞서 IPO 시장에 문을 두드릴 여지도 열어줘서다.
베어링PEA는 지난 2018년 로젠택배의 상장 주간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한 바 있다. 주간사 차원에서 상장 작업을 밟아오진 않았지만, 로젠택배 대주주 차원에서 기업가치를 계속해서 높여온 만큼 IPO를 통한 자금회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NG생명, 삼양옵틱스 등 PEF가 대주주로 있던 기업이 IPO를 통해 지분을 일부 엑시트한 사례 역시 있다. 코로나19 이후 CJ대한통운을 필두로 한 택배 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점조 호재다. 현재 관련 업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다른 시장 관계자는 "리캡으로 자금 회수를 마친 데다, 기업공개 시장 분위기도 우호적이라 베어링PEA 입장에선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며 "중견그룹 중 택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만한 곳을 찾는 게 근본적인 해법인 만큼, 진성 원매자를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