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 아파트라도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세가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전세 시장의 '이중가격' 현상은 새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졌고, 서울 외곽 중저가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새 임대차법 시행시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지만, 신규 계약의 가격을 낮출 요인이 없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의 이중가격 현상은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달 31일 보증금 8억3000만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평형 물건은 지난달 16일 보증금 4억2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보름 만에 2배가량 차이 나는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4억2000만원은 4억원에서 5%(2000만원) 인상한 값으로, 2년 전 4억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 전용 60㎡는 이달 1일 전세보증금 10억원(29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보름 전인 16일에는 3건의 전세 거래가 5억5300만원(8층·12층·13층)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 차이가 2배에 가깝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59.98㎡는 이달 3일 보증금 11억3천만원(4층), 지난달 5일 11억5000만원(14층)에 각각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전세 계약 12건이 5억586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재건축 아파트로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의 경우 지난달 27일 6억원(2층)에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같은 달 12일 3억원(13층)에 전세 계약의 2배다.
서울 외곽 지역도 마찬가지다. 금천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97㎡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9000만원(31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달 2일에는 같은 면적이 3억9900만원(6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3억8000만원에서 5%(1900만원) 오른 값으로, 갱신 거래로 보인다.
전세난에 전세가격차가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추가 전세대책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분간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전체적으로 크게 뛰고 있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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