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재확산한 가운데 백신 긴급 사용 승인 요청 관련 소식이 나오면서 하루 만에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올랐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N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백신 효과가 90%이상이라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기점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선호 성향이 짙어진 결과다. 한편 민주당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 선언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뉴욕 증시로 흘러들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 반등 가능성이 나오자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환전 타이밍을 노리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일본 엔화 가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커런시쉐어즈 옌 트러스트(FXY)는 전날보다 1.94%떨어진 89.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안전 자산'역할을 하던 엔화 가치가 지난 3월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결과다.
반면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와 신흥국 통화를 사들이면서 관련 ETF도 시세가 올랐다. 이날 인베스코 DB 미국 달러 인덱스 ETF(UUP)는 전날보다 0.64%오른 25.05달러에 마감해 간만의 상승세를 보여줬다. UUP는 지난 3월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이달 6일에는 24.89달러에 거래돼 올해 최저치를 찍은 바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오른 건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금리 인상을 유발할 만큼 가파른 미국 경제 회복세를 자극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TD증권의 마젠 아이사 선임 외환시장전략가는 "미국이 다른 나라 경제보다 이례적으로 빠른 회복세에 접어들고 자본이 미국으로 다시 유입될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면서 "미국 대선 시즌으로 접어들 때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롱포지션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래자들이 빠르게 엔화를 풀고 있다"고 언급했다. 롱포지션은 선물 시장에서 해당 자산 가치가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 9일 미국 달러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바스켓 대비 0.57%오른 92.70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2.2%가량 오른 셈이다. 지난 주 달러화 가치가 92.12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10주 새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분위기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짙어지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다. 위즈덤트리 이머징커런시 스트레티지 ETF(CEW)는 전날보다 0.73%오른 17.96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올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안드의 에드 모야 시장 수석 전략가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뉴스가 위험 자산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통화 강세와 미국 달러 반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추세가 주춤한 분위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4.6원 올라 1118.5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원화 환율을 움직일 미국 달러화 방향을 결정할 만한 주요 변수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차기 정부가 내놓을 경기 부양책 규모와 미국 경제 회복·뉴욕 증시 자본 유입세다. 부양책 규모가 클 수록 달러화 약세, 경제 회복·자본 유입이 더 두드러질 수록 달러화 강세에 가까워진다.
한편 화이자의 코로나19백신 소식이 전해진 9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상품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떨어졌다. 미국 재무부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일 0.957%를 기록해 지난 3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1.599%에서 1.750%로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상품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 금 12월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5.0% 급락한 1854.40달러에 거래돼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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