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형별 투자 자금이 시장지수에서 테마·그룹주·섹터로 쏠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표적 지수 추종 펀드로 쉽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외국인들 매수세가 몰렸던 ETF시장에서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의 ETF 유형별 설정·환매 자료(11월 9일 기준)에 따르면 '테마 ETF'(총 22개)의 순자산은 2조840억원으로 연초 대비 1조81억원 증가했다. 1년도 안 돼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룹주 ETF'(총 9개) 역시 연초 대비 5110억원 늘어난 1조8483억원의 순자산을 기록했다. '섹터 ETF'(총 55개) 역시 순자산 총액이 연초보다 3397억원 증가한 1조6659억원으로 세 유형 모두 순자산이 대거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해당 통계에서 테마란 우량주, 사회적책임투자(SRI), 녹색성장 등 특정 기준에 맞춰 투자처를 결정하고 종목을 택하는 것을 뜻한다. 그룹주는 말 그대로 삼성, LG 등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그룹사 투자에 집중하는 ETF며 섹터는 소재, 정보기술(IT), 소비재 등 특정 산업군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반면 코스피200·KRX300·코스닥지수 등 지수를 추종하는 '시장지수 ETF'(총 73개)는 같은 기간 무려 10조7578억원이 줄어든 18조378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49조1859억원 규모 전체 ETF시장 순자산 중 37.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만큼은 투자자들 눈길을 크게 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올해 초 3조7000억원 규모에서 5조6000억원 규모로 10개월 새 순자산이 50% 이상 늘어난 테마·그룹주·섹터 3총사의 성적표와 대조적이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IT·바이오 등 특정 섹터주와 각종 테마주 투자로 재미를 본 동학개미들이 ETF시장에서도 지수 추종을 넘어 주식처럼 투자처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해당 현상을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헬스케어 펀드(총 30개)는 31.94%, 4차산업 관련 펀드는 27.21% 수익률을 기록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국내 전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6.03%) 대비 20%포인트 이상씩 높은 수치다. 김정현 삼성자산운용 ETF팀장은 "ETF 투자가 일반 주식 거래만큼 쉽고 환매성이 높은 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대거 섹터·테마 ETF로 몰리고 있다"며 "시장지수 ETF를 통해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더욱 다양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전문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 역시 이러한 투자성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정보가 부족하고 직접 투자에 제약이 컸던 과거와 달리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할 수 있는 창구가 다변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섹터·그룹주·테마 ETF 투자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해 바이오, 친환경 테마에 대한 투자심리가 들썩이고 있는 데다 자금 유동성이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강세장에 대한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지수보다 큰 특정 섹터·테마 ETF 특성상 무리한 베팅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부침이 심했던 주식시장 영향으로 변동성과 예측의 어려움이 큰 편"이라며 "자칫 무리한 특정 ETF 투자가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