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내는 코로나 백신 ◆
↑ 10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에 그동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관광 업종 주가가 급등한 반면 반사 이익을 누려왔던 비대면·국내 백신 관련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서울시내에서 혼재된 장세를 보여주는 시세 전광판 앞으로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는 '언택트(비대면)' 생활 패턴이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보기술(IT)·온라인 관련 기술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항공·여행 등 '콘택트(대면)' 종목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고사(枯死)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런 증시 흐름을 바꾼 소식이 '화이자 백신'이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공동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9일 발표했다. 글로벌 증시는 곧바로 '콘택트'로 쏠렸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항공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대한항공은 주가가 이날 11.24% 급등했고,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진에어(11.54%)와 제주항공(11.11%)도 오랜만에 날았다.
대형주 가운데 자동차 종목도 상승세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날 현대모비스(3.66%)와 기아차(4.21%)가 급등세로 마감했다.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동 수요가 줄면서 판매 실적이 위축돼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수혜를 크게 볼 수 있는 업종으로 투자자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톰 리 펀드스트랫 수석연구원은 "실물경제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경기 순환주로 엄청난 자금이 밀려들면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12월 산타 랠리라는 추세적 특징까지 고려하면 올해 말 S&P500이 10% 추가 상승해 3900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이날 "조 바이든 당선과 백신 개발 소식을 감안할 때 S&P500이 내년 초까지 4000선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드 컨 QMA 최고투자전략가는 "이제는 투자자들에게 과대 낙폭주가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상원 선거 결과에 따른 경기부양책 지연 리스크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저평가된 가치주와 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가 'V자' 회복을 달성한 만큼 장기적인 상승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단정짓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이 추후 공급되더라도 증시는 이미 반등한 상태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종목별로 온도 차가 있어 옥석을 잘 가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약세를 피해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급속히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가격이 하락했고, 유가는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반등에 성공했다. 9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957%를 기록해 지난 3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 중 대표주자로 꼽힌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뉴욕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금 12월물은 5.0% 떨어진 1854.40달러에 거래돼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은 전날보다 8.5% 급등한 40.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이클 트랜 RBC캐피털 원자재 전략가는 "화이자의 백신 소식은
[김규식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