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A씨는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 요청을 해 새 전셋집을 알아보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때문에 또 한번 낙담했다. 전세 가뭄에 매물이 없어 몇억 원을 올려 계약했는데, 7억원을 초과하는 전세 계약은 보증보험 가입이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해 하는 수 없이 전세를 알아보게 된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내 돈 내고 전세금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전셋값이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거절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폭등해 보증보험 가입 허용 상한액을 넘기거나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단지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전세보증금반환보험' 가입 거절 건수는 319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거절 건수는 올해부터 집계를 시작했는데, 1월 107건 대비 3배가량 폭증했다. 올해 7월까지 월 100건대를 기록했던 가입 거절 건수는 임대차3법이 시행된 8월 이후 석 달간 810건에 달했다.
이는 세입자가 HUG에 직접 상품 가입을 요청했다가 거절 통보를 받은 결과다. 보증보험 가입 위탁 업무를 맡은 시중은행에서 이뤄지는 거절 건수는 통계로 잡히지 않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전체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의 가입 거절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HUG의 전세보증 상품 수수료는 전세금의 최대 0.128%(아파트 기준)다. 전세 계약 종료 후 집주인 사정 등으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가 우선 변제해 책임을 진다. 보증금 1억원을 기준으로는 월 1만원(연 12만8000원) 수준에서 억대의 전세금을 지킬 수 있어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큰 세입자들에게 필수적인 상품이다.
HUG의 보증보험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일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가령 수도권 지역은 전세보증금이 9억원일 경우 가입이 불가능한데, 전세보증금 7억원에 월세 42만원(전월세전환율 2.5% 적용 시 9억원과 같은 금액)으로 일부 금액을 월세로 돌리면 가입이 가능하다. 전세금반환보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마련하려는 세입자들로서는 자발적인 월세 전환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져가는 전세가격 폭등세는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59㎡는 지난달 7억원에 실거래되며 신고가를 써 지난 6월 6억4500만원 대비 5500만원이 올랐다. HUG의 보증보험 가입은 선순위 채권(은행 전세자금 대출)과 자기가 부담하는 보증금이 시세의 100%를 넘어서도 안 된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역전세 상황'에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경기 고양 등 곳곳에서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셋값 폭등으로 HUG 역시 보증사고 부담이 커져 무작정 기준을 완화하기도 어렵다. 올해 10월 누적 HUG의 보증사고 건수는 2032건으로 지난해 보증사고 건수 1630건을 추월했다. 보증사고가 나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돌려준(대위변제) 금액 역시 올해 10월까지 3680억원으로 지
송언석 의원은 "임대차법 강행처리 이후 전세가가 폭등하고 매물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거절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는 전세난민을 양상하고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정책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하루속히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