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민 관심은 아파트 전세 물량을 어떻게 늘려줄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대책을 만든 국토부 공무원들은 대책에 포함된 아파트 전세 물량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아파트에는 관심이 없었다. 위 사례는 현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을 만들 때 직접 당사자인 국민 마음을 읽어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택 유형 1순위는 단연 아파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8일 발표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구입 희망 주택 유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9.3%가 '아파트'를 선택했다. 주변 환경·방범·주차·생활 편리성 등을 감안하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반면 다세대·연립을 선택한 응답자는 7.0%에 불과했다.
거꾸로 정부의 전세난 대책은 다세대·연립 공급에 치우쳤다. 앞으로 2년간 공급할 전세 물량 11만4000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2만8890가구로 25.3%에 그친다.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서울만 떼어내 보면 3만5300가구의 10%인 3532가구뿐이다. 그것도 모자라 상가와 숙박업소를 개조해줄 테니 들어가 살라고 한다. 주택은 비바람만 가릴 수 있으면 족한 것, 넓고 비싼 아파트를 원하는 건 탐욕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떠올릴 만한 아이디어를 획기적인 발상인 양 자랑한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이 방송에 출연해 "임대차 3법은 국민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넘어야 하는 성장통"이란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치 역사학자가 수백 년 전 발생한 비극을 강의 중에 언급하는 듯한 태도다. 윤 차관이 이 시간에도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정책에 관련된 분들이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그리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다시 고민하길 바란다.
[부동산부 = 김동은 차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