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를 비롯해 10여개 주요국 정부를 고객으로 둔 '수상한 기업' 팔란티어 주가가 이번 주 뉴욕증시에서 60%넘게 폭등하면서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90) 등 큰 손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를 예고하면서 월가가 투자 등급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서학개미(뉴욕증시에서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팔란티어 주가는 전날보다 21.96%오른 29.05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506억6000만 달러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직전일에도 13.21%오르는 식으로 오른 결과 이번 주 들어서만 60.23% 뛴 상태다.
며칠 새 팔란티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가 폭증했다는 월가 분석이 나오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증시 분석업체 마켓리벨리언에 따르면 이번 주 팔란티어 콜 옵션 거래가 1만 계약을 돌파해 25일 기준 1만3000계약에 달한 결과 지난 20일 대비 6배 이상 뛴 상태다. 존 나자리안 마켓리벨리언 공동창업자는 이날 CNBC 화상 인터뷰에서 "팔란티어와 관련해 정말 강력한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거래자들이 해당 주식 콜옵션을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다(feeding frenzy)"고 언급했다. 옵션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기초자산의 미래 시세에 베팅하는 파생투자상품이다. 콜옵션 거래가 늘어난 것은 거래자들이 미래 해당 기초자산 시세가 뛸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팔란티어에 투자 기대감이 모인 것은 회사가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에서도 정권과 불화를 겪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작용한 결과다. 2003년 팔란티어를 공동 창업한 피터 틸(53)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이례적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 자금을 댄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바이든 정권과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월가 예상이 나왔지만 지난 23일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이날 '최초 여성 CIA 부국장' 출신 에이브릴 헤인즈를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낙점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팔란티어에 대한 콜옵션 거래가 급증한 것도 이날이다. 이어 NBC뉴스는 헤인즈 지명자가 팔란티어 자문으로 일하면서 기술 분야 여성·다양성 측면의 사업 조언을 해왔다고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DNI는 미국 정보기관을 이끄는 대통령 정보자문기구로 국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다.
최근 월가 대형은행(IB) 모건스탠리의 키스 와이스 연구원은 팔란티어 목표주가를 13달러에서 15달러로 올려잡으면서도 투자등급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유지'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회사가 지난 9월 30일 주당 10달러에 상장된 이후 시가총액이 매출의 22배 수준에서 거래될 정도로 이미 충분히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달 18일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의 소로스 회장은 "팔란티어가 반(反)이민 정책을 편 트럼프 정부 하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이민당국과 협조한 것은 매우 비난할만한 일"이라면서 "락업(기존 대형 투자자들의 주식 의무 보유 기간)이 풀리면 묶였던 주식을 바로 팔아버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2년부터 팔란티어에 지분 투자한 소로스펀드는 의결권 지분(클래스A)의 1%에 해당하는 184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소로스 회장은 오랜 민주당 지지자로 특히 반이민정책을 편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왔다.
팔란티어가 월가와 큰손 투자자들의 부정적 평가 속에서도 주가 급등세를 이어오기는 했지만 연말에는 기존 투자자들 매도 물량이 이어질 수 있다. 팔란티어는 지난 9월 30일 직접 상장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데뷔했는데 당시 회사가 SEC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21억7000만주 중 86%에 달하는 18억 6000만주가 상장후 180일 동안 의무보유(락업) 대상이다.
현재 팔란티어의 주요 투자자들은 대형 헤지펀드다. SEC에 따르면 소로스펀드 외에도 던 롭의 서드 포인트 매니지먼트가 240만 주, 스티브 코헨의 포인트 72 자산운용이 2990만 주를 보유 중이다.
팔란티어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3분기(7~9월) 실적'을 보면 8억5330만 달러(주당 94센트)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비용이 주식 보상 탓에 발생했다. 주식 보상을 제외한 조정 손실은 7300만 달러다.
회사는 CIA를 비롯해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 국토안보부, 마약단속국, 국방부 등 미국 연방정부와 영국·덴마크 등 주요국 정보 당국을 고객으로 둔 회사다. 올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보건부와 손잡고 코로나19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주력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팔란티어 고담과 팔란티어 파운드리다. 고담은 미국이 9·11 테러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서 제거한 '넵튠 스피어' 작전(2011년 5월 1일)에 동원됐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테러와 돈세탁, 마약 밀수 움직임 등을 추적하는 서비스로 각 국 정보기관이 고객이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기업·기관이 주요 고객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25곳이 이용 중이다. 금융사기 피해나 기업 내부 비리, 제품 생산관리를 분석하는 서비스다.
팔란티어라는 회사 이름은 영국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천리안 수정구슬 이름에서 따왔다. 독일계 미국인인 피터 틸 팔란티어 창업자는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하다. 페이팔 마피아란 1998년 페이팔을 공동 설립한 창업자들이 페이팔 매각 이후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잇달아 유니콘(기업 평가 가치 10억달러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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