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코스닥 등 중소형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중대표소송제가 신설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사냥꾼들이 작은 금액으로 고의적, 악의적인 소송 제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1% 이상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지는 개정안이다.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장 모회사 주주의 경우 모회사 지분 0.5% 이상 주주(6개월 이상 보유)에게 소송 제기 자격을 주고, 비상장사 모회사 주주는 보유 기간에 상관 없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면 된다.
경제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가 기업 경영 활동의 자유를 억누르는 독소 조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당초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에 대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중소·벤처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기업과는 달리 코스닥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시 소액으로도 소송을 제기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코스닥협회 등에서는 시총 2조원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서만 다중대표소송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개정 상법 중 다중대표소송은 주요 선진국조차 제도의 남용 및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남소방지요건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스탠다드'라는 명목하에 도입됐다"며 "코스닥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에 적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보다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기업까지도 일률 적용해 다중대표소송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제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따라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가 3.9배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가 지난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81개 상장사 가운데 타법인 출자회사 15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소송 리스크가 4배가 가까이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협회는 "해외 경쟁업체의 경영마비 목적의 악의적 소송제기 등으로 인해 코스닥 기업들의 해외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코스닥 기업이 새로운 사업분야의 확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연구
상장협과 코스닥협회은 개정 법률 시행 전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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