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의 힘' 개미 대해부 / ① 韓증시 버팀목 된 '개미' ◆
"주식 하면 패가망신한다고요? 투자에는 제 꿈과 로망이 들어 있어요."
이른바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올해 주식 투자 열풍에는 2030 밀레니얼세대가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증시 폭락장을 경험한 부모 세대의 '주식 투자는 투기'라는 인식과 달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사라진 이들에게 주식 투자란 일종의 재테크 출구다.
국내 A대기업에 다니는 이현석 과장(35·가명)은 올 초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라'는 전 여자친구의 요구를 받은 뒤 개미 대열에 들어섰다. 그의 거래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 탓에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 5시 30분. 뉴욕 증시가 마감하기 30분 전이다. 관심 종목의 막판 시세를 보고 매매를 결정한다. 이 과장은 "서머타임이 지난달 해제되면서 뉴욕 증시 마감시간이 한국시간 새벽 6시로 1시간 늦춰진 덕"이라며 "해제 전에는 예약 매수를 걸어놓고 취침한 뒤 일어나 거래가 체결됐나 안 됐나 확인하는 식으로 미국 주식을 매매했다"고 말했다.
출근 후 오전 9시에는 한국 증시가 릴레이하듯 개장한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해 손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그는 "직장에서의 성공이 인생 목표는 아니지만 업무를 소홀히 하진 않는다"며 "월급으로 꼬박꼬박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 장이 마감하고 퇴근할 무렵 6시부터는 뉴욕 증시 프리마켓(시간 외 사전거래)이 개장한다. 코로나19 탓에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 대신 경제 유튜브를 보거나 '서로이웃'을 맺은 주식 블로그 글과 증권사 리포트를 열심히 챙겨 읽는다. 중간중간 유럽 증시 분위기를 보고 요즘 관심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트위터를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11시 30분, 뉴욕 증시가 개장한다.
이 과장의 세후 월급은 450만원 선. 그는 "부모님 도움을 받기 힘든 처지다 보니 모은 돈만으로는 서울의 원하는 곳에 신혼 집을 마련할 수 없다"면서 "예전에는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전 여자친구와 신상 카페, 힙한 맛집을 다녔지만 지금은 스타벅스와 다든레스토랑(미국 고급 식당 체인) 주식을 사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차를 사느니 테슬라 주식을 사 모으겠다는 심정으로 적립식 투자자가 됐다. 요즘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지만 과거 폭락으로 '코인 낭인'이라는 말이 돌던 것이 생각나 '비트코인 관련주' 페이팔과 스퀘어에 투자했다. 결혼자금 일부인 1억원을 지난 1월부터 미국 주식에 분할 투자한 그의 현재 평가 수익률은 70% 선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비 트렌드이던 '욜로'(인생은 단 한 번뿐·You Only Live Once·YOLO) 생활을 즐겼던 중견기업 11년 차 김예지 과장(38·가명)의 꿈은 월 배당이다. 내 집 마련이나 오피스텔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국내 KT&G, 미국 리얼티인컴·사이먼프로퍼티 같은 고배당 우량주, 배당률이 높은 미국 나스닥 기술주 옵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QYLD)에 주로 투자한다.
김 과장은 "욜로 시대는 갔다"며 "요즘은 '돈이 일하게 하라'는 말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버들의 '배당주로 생활비 벌기' 같은 투자 방식을 선호한다"고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