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추기자] 조선시대 정삼품 상(上) 이상의 품계에 해당하는 벼슬을 통칭해 당상(堂上)이라 불렀습니다. 당시 남자들은 망건에다 관자를 달았는데 당상관들만 금이나 옥으로 만든 관자를 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금관자 또는 옥관자는 이들 정삼품 상 이상의 당상관의 전유물이다 보니, 어디다 떼어놓아도 잃어버릴 염려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일이 확실해 조금도 틀림이 없을 상황을 일러 '떼어놓은 당상' '따놓은 당상'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왜 뜬금없이 관용구 풀이를 하느냐고요? 주식시장에서 마치 따놓은 당상을 줄인 듯한 '따상'이란 말이 자주 쓰이고 있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떼어놓은 당상과 직접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는 주식시장의 따상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한 후 상한가를 기록한다는 기업공개(IPO) 관련 은어입니다. 두 배를 뜻하는 영어 더블(double)을 구수한 한국식 표현인 '따블'과 주식시장의 일일 가격상승제한폭을 기록한다는 '상한가'를 합쳐 따상(따블+상한가)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10만원의 공모가가 지정됐다면, 이의 2배인 20만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거래 첫날 이의 가격제한폭인 30%, 6만원이 오르는 것이 따상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쓰던 해당 표현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인 IPO 사례가 연이어 나오며 더욱 주목받게 됐습니다.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이날 첫 코스피 상장을 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주) 대표이사,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시초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
과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가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지난해 빅3로 꼽혔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될 듯합니다. 해당 3개 기업은 공통적으로 모두 따상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세가 유지된 기간은 상반됐죠.
지난해 7월 상장하며 가장 먼저 상장한 SK바이오팜은 무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상'에 성공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5거래일 만에 공모가 대비 5배가 넘는 주가를 갖게 된 셈이죠. 그 이후 흥행바통을 이어받은 카카오게임즈는 이보다 힘이 빠지며 따상상을 기록했습니다. 공모가인 2만4000원에서 수익률 271%를 기록하며 8만9100원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전환됐죠.
BTS의 인기를 등에 업은 빅히트는 이보다도 저조한 따상만 기록한 뒤 상당 기간 가격이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즉 따상을 기록했다고 무조건 최고는 아니란 뜻이죠.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해 백신업체가 아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위탁생산업체(CMO)와 비교해 기업가치를 책정했다는 이유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자체 백신 개발과 상용화 여부에 따라 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의 상황을 잘 분석하고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IPO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IPO 대어들이 최소 6개 이상 대기 중입니다. 따상은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